세계로 뻗어가는 충무로의 중심엔 감독들이 있다. 독특한 작품 세계와 탄탄한 연출력으로 화제를 만들어온 이들은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지켜내는 대들보다. 특히 올해 후보들은 대부분 데뷔작때부터 파란을 일으키며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스타 감독들. 따라서 올해 수상 결과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5강의 구도다.
'혈의 누' 김대승
▶2001년 '번지 점프를 하다'로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을 받은 김대승 감독은 '혈의 누'로 오랜 침묵을 깨고 돌아왔다. 윤회라는 개념을 결합한, 이색적인 멜로 영화 '번지 점프를 하다'로 평단을 놀라게 했던 김대승 감독은 이번에도 지름길을 버리고 가시밭길을 택했다. '스릴러와 사극은 흥행에서 망한다' 는 징크스에 과감히 도전,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폐쇄된 섬에서 일어난 연쇄살인에 카메라를 들이댄 것. 그의 녹록치 않은 연출이 곳곳에서 빛나는 '혈의 누'가 이 징크스를 깨버리는데 성공했음은 물론이다.
'달콤한 인생' 김지운
▶'달콤한 인생'의 김지운 감독은 자타공인 이 시대 최고의 스타일리스트. 데뷔작인 '조용한 가족'에서부터 시대 흐름을 반박자 앞서가는, 남다른 감각을 자랑하더니 '달콤한 인생'으로 또 다른 신화를 만들어냈다. 예기치 않은 순간에 정상에서 바닥으로 추락하게 된 한 남자의 비극적인 운명을 쿨(cool)한 화면에 담아냈다. 한류 스타 이병헌을 느와르 장르의 영웅으로 재탄생시키는데 성공했으며, 칸 국제영화제 비공식경쟁분문에 초청돼 레드카펫을 밟았다.
'너는 내 운명' 박진표
▶데뷔작인 '죽어도 좋아'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박진표 감독은 '너는 내 운명'으로 평단과 관객을 모두 사로 잡았다. '죽어도 좋아'나 '너는 내 운명' 모두 이 세상에 실제 존재하나, 존재할 것 같지 않은 독특한 사랑 이야기. 둘 다 실화에 바탕을 둔 작품이라 더욱 관심을 모으기도 했는데, '너는 내 운명'에서 박 감독은 타고난 이야기꾼으로서 뛰어난 자질을 과시했다. '웰메이드 신파'라는 평대로, 지고지순한 사랑이야기를 정공법으로 풀어나간 솜씨가 상당히 세련됐다.
'친절한 금자씨' 박찬욱
▶'친절한 금자씨'의 박찬욱 감독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스타. '올드보이'로 2003년 감독상을 수상, 청룡을 품에 안은 박찬욱은 베니스 베를린 칸에서 모두 수상의 영광을 누리는 등 한국의 오늘을 대표하는 유명 감독이다. 복수 3부작 시리즈의 마지막편인 '친절한 금자씨' 에서 그는 전작에서 각각 보여줬던 절제와 과잉을 교묘하게 넘나든다. 특히 여자주인공 이영애의 선량한 기존 이미지를 역이용해 폭소탄을 터뜨리는 등 능수능란한 연출 솜씨가 관객들의 허를 찌른다.
'그때 그 사람들' 임상수
▶데뷔작인 '처녀들의 저녁식사'로 청룡을 품에 안았던 임상수 감독은 충무로를 대표하는 '논객'. 데뷔작 이후에도 줄곧 사회적인 이슈를 소재로 한 작품들로 한국영화계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왔다. 전직 대통령의 암살사건이라는 핫이슈를 전면에 내세운 '그때 그 사람들'은 기획 초기부터 언론의 집중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왔다. 엇박자 웃음과 조롱, 그 속에서 사회의 위선에 메스를 들이대는 그의 날카로운 감각이 '그때 그 사람들'에서도 제대로 빛을 발했다는 평.
(스포츠조선 전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