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따라 맛따라] 운달산 - 음식이 한약재를 만나면 어디까지 가나

수륙공(水陸空)의 음식들 중에서 어느 쪽 음식을 골라서 먹어야만 안전한가? 참으로 딱한 질문에 답하기에도 난감해지는 작금의 사태다. 수중(水中)의 송어들이 울고 있다. 공중(空中)의 새들은 어떠한가? 조류독감 재앙 분명히 온다는 신문 기사가 독자들의 마음을 우울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육(陸)에서 기른 육(肉)이라고 온전한가. 마치 계절병인양 무슨 무슨 병이라는 꼬리가 붙어 먹기를 꺼리게 만든다.

이 중에서도 송어의 경우는 정말 딱하다. 연어과에 속하는 송어는 외래어종이다. 불과 40여 년 전만 해도 이 땅에는 무지개송어라는 이름의 물고기가 살지 않았다. 이 물고기는 1965년 1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종란의 상태로 태평양을 건너왔다. 박경원(朴敬遠) 당시 강원도지사는 식량증산과 고단백질 공급이라는 기치를 들고 평창땅 삼방산 줄기 자연용천수가 솟아나는 곳에다가 송어양식장을 조성했다.

그러고는 찬물이 솟아나는 이 산 자락에다가 냉수어종인 송어 종란을 풀어 놓고 양식을 시작했다. 이런 연유로 ‘송어라면 평창’ ‘평창이라면 송어’를 떠올리게 했고, 송어는 많은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물고기, 기호식품, 영양식품으로 자리를 굳건하게 지켜 왔는데, 지금 송어의 지위는 말씀이 아니다.

송어 종란이 김포공항에 도착하던 날, 그 종란을 실은 차는 경찰차의 경호를 받으며 야간 통금시간을 무시한 채 평창까지 도착시켰다는 당시의 기록들을 떠올리니 오늘의 사태가 가슴을 아프게 만든다. 송어의 지위는 그렇게 됐다 하더라도 무엇보다도 더 안타까운 것은 도산 위기에 몰린 송어 양식업자들과 산자락에서 송어 요리로 생계를 이어온 식당들의 처지다.

송어가 수난을 당하기 시작하던 그 시점의 얼마 전 어느 날 저녁, 정선에서 비행기고개를 넘어 평창땅 송어기념비가 서 있는 평창송어양식장에 도착해 보니 송어비의 송어상마저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 같았다. 정말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어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게 됐는지 모두가 한번 깊이 짚어 보아야만 할 일이다.

약돌 분말 먹여 키운 돼지고기

약돌샤브샤브 점촌점

명산의 고장이어선지 문경 산꾼들의 긍지가 대단하다. 이 분들의 이야기는 한국의 100대 명산 중 꼭 가봐야 할 문경의 4대 명산으로부터 시작됐다. 그러고는 ‘문경의 백두대간’을 화제의 중심에다가 올려놓는다. 그 중 한 분, 현지에서 서점을 운영한다는 산꾼은 한 달에 월간山 70권이 기본적으로 팔린다는 자랑으로 골수 산꾼들이 많다는 것을 과시하기도 했다. ‘책을 읽지 않는 산동네’라는 자조의 목소리가 높은 풍토에서 느껴본 잔잔한 감동이다.

그런데 이러한 고장에 솟은 명산을 찾는 외지 사람들은 왕왕 혼란에 빠질 때가 있다. 예컨대 주흘산 안내를 요청하면 “문경시로 가시지 말고 문경읍으로 오셔야 합니다”라고 한다. ‘문경 운달산’이라는 운달산의 경우는 “김용사를 들머리로 운달산을 오르겠다”고 하면 이번에는 “문경읍으로 가시면 안됩니다. 점촌으로 오셔야 합니다”는 것이 돌아오는 답이다. 여기서 말하는 ‘문경시’는 행정구역이 바뀌기 이전의 문경군 점촌읍이고, ‘문경읍’은 문경군의 문경읍을 말한다. 통상, 지금의 문경시는 문경시 점촌동을 말한다.

운달산 김룡사를 가기 며칠 전부터 몇 곳에다가 문경(점촌)의 대표적인 음식과 업소를 추천해 달라고 의뢰했는데, 100%가 ‘약돌샤브샤브 점촌점(054-556-7192)’을 빠뜨리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약돌’은 무엇이고 ‘샤브샤브’는 우리 말로 어떻게 옮겼으면 좋을까를 곰곰 생각하며 문경시 모전동, 점촌여중 뒷문쪽에 있는 이 업소를 찾았다. 큰 소문에 비해 약간은 허름한 분위기였지만, ‘착각은 자유’였고 ‘뚝배기 보다는 장맛’이었다.

‘맛의 재단사’, ‘맛의 전령사’로 불리는 미모의 집주인 김월분씨(金月分·54)가 솔잎한방찜을 차려냈다. 약돌 돼지고기 삼겹살과 족살을 한약재와 인삼, 밤, 대추, 새송이, 호두, 마늘, 은행에 고명까지 13가지나 되는 재료들을 솔잎 위에 얹고 한약 육수를 부어서 즉석에서 쪘다. 재료 하나하나가 서로 색깔의 조화를 이루어 예술작품으로 출품한 꽃꽂이인양 시각을 즐겁게 했는데, 다 쪄낸 약돌 돼지고기에서는 은은한 솔잎향이 후각을 자극하고, 쫀득쫀득한 고기맛은 미각의 극치에 이르렀다.

은은한 솔잎향의 식탁, 고추냉이로 절인 무에 잘 익은 고기를 얹고, 그 위에 양파와 산초, 고추를 곁들인 안주-. 이 식탁에 술이 빠질 수야 없지 않는가. 복분자술이 올라왔다. 놀랍게도 네 사람이 앉은 식탁에 이토록 화려하게 차려낸 솔잎한방찜이 30,000원이라고 했다. 그래서 문경 산꾼들은 이 집을 자주 찾게 되고, 외지 분들께도 추천한다고 했다.

약돌돼지는 2003년 문경농촌지도소가 개발한 특허품으로, 게르마늄 함양이 많은 거정석이라는 약돌을 미세 분말로 갈아서 사료에 섞어 먹인 돼지라고 한다. 샤브샤브는 끓는 물에 데친 음식을 말하는데, 이 집의 약돌돼지 샤브샤브는 솔잎한방찜과 쌍벽을 이루며 30,000원을 받는다.

송어들이 울고 있네

김용별천지가든

장엄한 백두대간의 허리를 두르는 아름다운 영봉들이 병풍처럼 드리워져 자연 그대로의 자태를 간직하고 있는 명산의 고장 문경에서는 ‘문경의 10대 명산’을 선정해 놓았다. 이 10대 명산 속에 산북면 김용리에 솟은 운달산(1,097.2m)이 들어 있는데, 이웃한 주흘산의 명성에 가려 상대적으로 발길이 뜸하다. 그 덕에 비교적 때 묻지 않은 호젓함을 지금껏 간직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산행 들머리로 김룡사 입구를 택하는데, 현지 산꾼들도 이 지역에는 이용할 만한 먹거리집이 없다고 한다. 그런 가운데서도 ‘김용별천지가든(054-553-2211)’은 산꾼들이 이용하기에 전혀 모자람이 없는 집이다. 좁은 개울물 따라 길게 펼쳐진 넓은 시설물에는 식당과 방갈로, 송어양식장과 수영장까지 갖추어 놓았다. 대중교통편이 불편한 점을 감안, 대형버스까지 대기시켜 놓고 점촌은 말할 것도 없고 인근 도시인 상주나 충주 등지에도 교통편을 제공해 주고 있다. 상주의 어느 산악회는 이 업소의 버스편을 이용, 운달산 산행만이 아니라 단합대회도 수시로 연다고 했다.

송어회와 청둥오리 구이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으로, 툭 하면 조류독감이다 뭐다 해서 손님들의 발길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참다운 식도락가들은 오히려 이럴 때 식도락을 즐길 수 있는 기회라며 찾아오신다는 것이 주방을 맡고 있는 고(高) 언니의 설명이다. 경주돌이 모두 다 옥돌이 아니듯, 송어라고 다 먹어서는 안 되는 송어가 아니라고 설명을 강조하는 주방 언니는 아침신문에 조류독감주의보 기사를 읽었다며 청둥오리구이를 차려냈다.

자신이 먼저 오리구이를 먹을테니 손님들께서는 먹든 말든 주방장으로서는 개의치 않겠다며 식탁에 동석했다. 손님들이 언론의 보도에 지나치게 예민하다며 보도에 집착해서 신경을 쓰다보면 세상에 먹을 음식이 하나도 없지 않겠느냐며 활짝 웃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고 건강해 보였다.

송어회 1kg 16,000원, 청둥오리구이·백숙 각 30,000원. 크기가 다른 방갈로가 8칸인데, 산악단체에서는 30명까지 함께 쓸 수 있는 것을 많이 이용한다. 20만원. 취사는 물론이고 방갈로 옆에다 천막을 칠 수도 있고 캠프파이어도 가능하다고 했다.

돼지할머니의 넘치는 인정

김천식당

운달산 자락에는 신라 진평왕 10년(588)에 운달조사가 창건한 김룡사가 있다. 처음에는 운봉사라 불렀으나 18세기 이후 김용사라 개칭했다. 절 입구에는 지난 날의 낡은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음식을 차려내는 식당 몇 곳이 영업하고 있는데 ‘돼지할머니’, ‘욕쟁이할매’로 불리는 김일선 할머니의 ‘김천식당(054-552-6943)’이 사계절 문을 열고, 손님들도 가장 많은 집으로 알려져 있었다.

어떤 이유로 손님이 많냐고 물었더니 그거야 닭백숙(30,000원)을 잘 끓이니 당연한 것 아니냐며 자신이 해대는 욕도 양념이 되는 것 같다며 웃으신다. 점심시간이 지난 주중의 오후였는데 방마다 손님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걸 보니 할머니의 손맛을 알 만했고, 할머니의 욕은 욕이 아니라 인정인 것도 알게 됐다.

산꾼들의 해단식 장소

새재가든

문경읍에서 만난 문경시청산악회 천흥일 회장과 한국JC 연수원에서 회의진행법 강의를 맡고 있는 산들모임의 이상만 부회장이 문경 일원의 명산가이드를 상세하게 해주었다. 운달산 산행은 김룡사를 거쳐 정상을 오르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형태인데, 정상에서는 김룡사쪽 원점으로 회귀하지 말고 성주봉(961m) 하나를 더 오른 다음 문경읍 당포리로 하산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루트라며 안내를 구하는 누구에나 이 루트를 권한다고 했다. 이렇게 해야만 하산 후 바로 온천욕도 즐길 수 있고, 식성에 맞는 식당도 쉽게 고를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라고 했다.

문경의 두 산친구를 만나고 있던 시간, 악돌이의 운달산 취재팀이 산행을 마치고 문경읍내로 접근하고 있었다. 우리는 문경읍 하리 시외버스터미널 맞은편에 있는 ‘새재가든(054-571-2030)’에서 만나기로 했다. 새재가든은 한우 특수부위를 전문으로 하는 고기집이다. 산행에서 소모한 체력을 보충하면서 해단식을 겸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지난해 말 중부내륙고속도로(45번)가 개통되면서 문경은 전국 어디에서나 매우 가까운 곳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이곳까지는 승용차로 오는 것도 좋겠지만 대중교통편을 이용해 봄직도 하다. 이럴 경우 터미널 바로 앞집에서 ‘승용차의 노예’로부터 해방되어 한 잔 걸치면 귀환길 버스는 편안한 잠자리가 될 수도 있겠다.

새재가든은 순박한 인정의 손진규(孫振圭·48)-김순옥씨(金順玉·44) 내외가 운영하는 식당으로, 한우 특수부위 전문점으로는 이름께나 날리고 있는 업소다. 살치살이나 등심 등급 A1+는 예약을 않고는 먹을 수 없다고 한다. 한 마리에서 이 부위가 적게 나오기도 하지만, 새재가든에서는 수요도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살치살, 등심 A1+ 각 200g 20,000원.

주머니사정이 여의치 않거나 돼지고기 선호파라면 삼겹살이나 문경사과양념갈비(각 200g 6,000원)를 즐기는 것도 괜찮겠다.

문경온천 옆 속풀이 메뉴

황태마을

산꾼들에게 물어본다. “산행 후 하산길에 맨 먼저 찾고 싶은 곳이 어디냐”고. 많은 꾼들이 “샤워를 할 수 있는 곳”이라고 대답한다. 그러고는 “시원한 생맥주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곳”이라고도 한다. 그래서 서울의 북한산이나 도봉산 자락에 있는 목욕탕이나 술을 마실 수 있는 곳들은 언제나 인기다.

주흘산과 성주봉의 아래 마을 문경읍에는 문경온천(054-571-2002)이 있다. 문경시 관광당국의 홍보문안대로라면 ‘온천 천국 일본의 벳부온천이 부럽지 않다’는 온천이다. 지하 900m의 화강암층과 석회암층 사이에서 분출한 칼슘 중탄산천과 지하 750m 화강암층에서 분출한 알카리성 온천수 두 가지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온천이다. 맥반석 찜질방과 사우나, 증기사우나, 황토사우나, 노천탕 등 여러 가지 시설을 가춘 복합보양온천인데, 주변에는 식당과 숙박시설들로 온천관광지가 형성되어 있다.

온천 옆 ‘황태마을(054-571-2787)’로 들어가 본다. 간판의 옥호에 적힌 황태 전문음식점이다. 황태는 대구과에 속하는 명태를 산간 덕장으로 옮겨 겨우내 서너 달 동안 얼렸다 말렸다 하면 노란 색깔로 변하면서 스펀지처럼 푸석푸석하게 된다. 이 상태의 명태를 황태라고 하는데, 명태로서는 최상의 맛을 내는 것이다.

황태마을은 하산길 산꾼들이 온천욕을 즐긴 다음 즐겨 찾는 집, 온천마을 숙박시설 투숙객들의 아침 해장국집으로 널리 알려져 넓지 않는 식당 안이 늘 만원사례여서 종업원들의 표정은 언제나 ‘맑음’이다.

황태해장국·황태조림정식 5,000원. 황태구이정식 6,000원. 황태찜·황태전골 25,000~30,000원. 특별메뉴로 항아리수재비(5,000원)도 차려내는데, 예상외로 즐기는 손님이 많다고 했다.

식당 앞에 나서면 11시 방향의 주흘산, 2시 방향의 성주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운달산을 오르고 성주봉을 거쳐서 당포리로 하산하는 경우라면 성주봉 바로 아래쪽, 문경요를 들러볼 일이다. 문경요는 정부로부터 기능인 최고의 영예인 명장 칭호를 받은 도천 천한봉(陶泉 千漢鳳·72) 명장께서 노익장으로 작업하고 있는 현장이다(대한민국 도예명장 제95-19호).

문경 맛자랑대회 최우수상 수상

깊은산속화로구이

1,300여 음식업소 중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업소라면 대관절 어떤 집일까, 우선 찾아가보고 싶어진다. 문경새재 주차장 초입에 있는 ‘깊은산속화로구이(054-571-7978)’가 바로 이 집이다. 음식업소 1,300여 곳 중 향토음식점으로는 7개 업소가 지정되어 있는데, 깊은산속화로구이는 여기에도 들어가 있다. 음식은 누가 장만하고 서빙은 누가 하느냐에 따라 음식맛이 좌우되고 음식점의 성공여부도 결정지어진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이 식당은 반드시 성공할 요인을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 태어나서 이곳에서 자란 토박이 업주 임종훈(林鍾勳·46) 사장은 25년 동안 군대에서 생활, 영관 장교로 예편했다.

고향에 돌아와 정착하면서 외식업에 뛰어들자 주변 사람들 모두 놀랐다고 한다. 임 사장은 숯불을 피우는 일로부터 시작, 업소의 궂은 일들은 도맡아서 하고 있다. 지난 날 부대를 지휘하고 수많은 부하 장병들을 통솔하던 모습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바로 이 점이 이 식당을 짧은 기간에 단단한 반석 위에 올려놓은 키워드로 믿어진다.

남편이 ‘옆지기’로 표현하는 부인 황용자씨(黃龍子·44) 역시 부창부수, 식당 안에서 누가 주인이고 누가 종업원인지 알 수 없을 만큼 어려운 일들은 자신의 몫으로 받아들이며 지극정성으로 손님들을 대하며 땀을 흘린다.

맛자랑대회 최우수상 수상의 음식을 몇 줄의 글로 소개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결례되는 일일 수도 있겠다. 당귀와 천궁 등 일곱 가지 한약재를 첨가해 갖은 양념과 고추장에 버무린 고추장양념구이(200g 7,000원)가 수상음식인데, 한 차례 이 음식을 먹어본 손님들이 다른 손님들을 모시고 다시 찾아온다고 했다.

조령산악구조대 대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임 사장은 수준급의 아마추어 산사진작가로 신문 잡지 등에 사진을 기고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