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형제:마르덴 숲의 전설' 갖가지 동화로 엮어낸 이색 판타지

마녀를 퇴치해준다며 사기극을 벌여 돈벌이를 하는 윌(맷 데이먼)과 제이크(히스 레저) 형제는 19세기 초 독일을 점령하고 있던 프랑스 군대에 체포된다. 이들 형제는 사면의 댓가로 소녀들이 연이어 실종된 마르바덴 숲에 파견된다. 미스터리로 가득찬 숲에서 형제는 연이어 기괴한 일을 겪는다.
17일 개봉하는 ‘그림 형제:마르바덴 숲의 전설’은 ‘해리 포터’와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거둔 거대한 성공의 자장 안에 있다. ‘과거로 눈을 돌린 SF’의 느낌마저 주는 최근의 판타지 영화 유행에 젖줄을 댄 ‘그림 형제’는 ‘슈렉’의 영향권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19세기 동화작가인 독일 그림 형제를 아예 주인공으로 삼은 뒤, 흡사 ‘퀼트 패러디’라는 소 장르명을 붙일 수 있을 정도로 갖가지 동화적 모티브를 종횡무진 기워가며 이야기를 펼친다. ‘백설 공주’와 ‘잠자는 숲 속의 공주’에서 ‘헨젤과 그레텔’까지 어린 시절 읽었던 그림 형제 동화들이 고비마다 수시로 끼어든다. 동화들을 차용한 이 영화의 이야기가 그 밝은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유혈과 엽기로 얼룩져 있어 조금 당혹스럽기도 하지만, 동양과 서양을 막론하고 전래 동화란 원래 기괴하고 음습한 모티브를 가득 품고 있는 법이다.
문제는 이 영화의 흥미로운 모티브에 비해 비주얼과 캐릭터가 별 매력이 없다는 점. 환상적인 설정에도 불구하고 감독 테리 길리엄은 대표작 ‘브라질’에서의 몽환적이고 창의적인 묘사에 비하면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풍경들만 늘어놓아 실망을 안긴다. 존 밀레의 그림 ‘오필리어’를 선명하게 옮겨놓은 장면이나 산산이 조각나는 것으로 표현되는 거울 여왕의 최후 장면처럼 인상적인 부분이 없진 않으나, 그 요란한 전체 분위기를 감안하면 ‘볼거리’의 재미는 그리 크지 않다. 극적으로 형제의 성격을 대비해 설정하고도 제대로 캐릭터를 활용하지 못하는 화술도 따분하긴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