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LG배 세계기왕전] 공부벌레

〈제11보〉(153~168)=박정상은 우리 바둑계 젊은 프로들 중에서도 박영훈과 함께 가장 성실하고 노력하는 기사로 분류된다. 사방에서 유혹이 손짓할 나이지만 한 눈 한 번 안 팔고 오직 바둑에만 매진한다는 것. 지난해 신예 10걸전과 올해 마스터즈 ‘전신(戰神)’ 대회서 우승한 것도 이 같은 꾸준함의 결과였다. 그 성실함은 앞으로 지금까지의 전과(戰果) 이상으로 열매 맺을 것이 분명하다.

△의 치중은 끝내기 맥점. 155로는 157 자리에 막아 참고도처럼 처리하는 것이 집으론 이득이지만, 중앙 백이 두터워짐을 의식해 실전을 택했다. 161까지는 필연으로 △ 치중 이후 백이 5집 가량의 수확을 올렸다. 166으로 좌하귀 백 집에 울타리를 친 수가 마지막 큰 곳이어서 한·중 양국 검토진 모두 승부가 났다는 분위기.
하지만 아직도 최후의 변화가 남아있었으니, 계가(計家) 전엔 앞 일을 알 수 없는 게 바둑이란 게임이다. 167로 젖혔을 때 ‘가’로 고이 받지 않고 168로 끼워붙인 수가 마지막 파란을 부른 한 수. 검토실 한편에서 침묵하던 최규병 이세돌 두 九단이 생기를 되찾으며 이후 변화를 놓아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