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LG배 세계기왕전]不發 쿠테타

〈제12보〉(169~214)=백 ?를 응징하는 수는 없을까. 169의 선수로 시간을 연장하며 수를 읽던 박정상, 결심이 선듯 171로 쳐들어간다. 백도 내친 걸음으로 172. 순간 173의 단수가 터졌다. 베이징의 한국 선수단도, 인터넷 중계 해설을 맡았던 국내 프로들도 일제히 흥분하기 시작한다.
이때 백이 ‘가’로 3점을 살리면? 참고도를 보자. 8까지 외길 수순 후 A와 B가 맞보기. 일단 중앙 백이 B로 차단당하면 C와 D를 맞봐 바깥 출구는 막혀 있다. 이것은 물론 대역전. 국내외 프로들이 흥분한 것도 이 그림이 먼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174가 침착해 175까지 바꿔친 결과는 득실 반반, 얻은 게 없었다.
이후는 아쉬움 속에서 두어 본 수순들. 214에 박정상이 돌을 거둔다. 안경 너머로 언뜻 물기가 비친 것 같았는데 잘못 본 것이었을까. 끝까지 둔다면 반면(盤面)으로 3집 쯤 우세, 덤 빼고 3집 반쯤 모자라는 바둑이다. 종국(終局) 순간은 언제나 비감한 법. 그래도 이렇게 안타까운 순간은 없었던 것 같다. (207…1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