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 오브 워' 전쟁의 배후 무기거래상 고발

‘로드 오브 워’(Lord of War·18일 개봉)는 세계적인 무기 거래상, 유리(니컬러스 케이지)에게 붙은 별명이다. 구세군을 뺀 모든 군(軍)에 무기를 팔아치울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의 소유자. 이 사내의 컨테이너에는 칼리시니코프 자동소총부터 중무장 헬기까지 구할 수 없는 무기가 없고, 그의 자가용비행기는 냉전 후 우크라이나부터 동족끼리 교전중인 아프리카의 라이베리아까지 종횡무진이다. 소련 붕괴 이후 1992년 우크라이나 공화국에서 사라진 4조원 어치의 무기도 그의 솜씨였다.

사실 제목 자체가 ‘전쟁의 제왕’인데다, 니컬러스 케이지의 이름까지 듣고 나면 ‘로드 오브 워’는 액션 블록버스터로 오해하기 십상. 하지만 이 작품은 ‘전쟁’보다 ‘전쟁의 배후’에 방점을 찍는 고발 드라마로 보인다. 유리는 “총에 맞아 죽는 사람보다 담배와 자동차 때문에 죽는 사람이 더 많다”며 자신을 합리화하지만, 영화는 세계 구석구석에서 벌어지는 살육의 풍경을 다큐멘터리처럼 보여주면서, 관객의 양심을 자극한다. ‘가타카’와 ‘트루먼 쇼’를 연출한 앤드류 니콜 감독의 욕심은 한 발 더 나아간다. 바로 지구상의 가장 거대한 무기거래상은 한 개인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국가임을 고발하는 것. 이 작품의 가장 의미있는 주장 중 하나라는 평가이지만, 동시에 영화적으로는 가장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구체적인 비주얼과 디테일을 통해 설득력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고발한다”류의 일방적인 독백에 가까운 수준이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가 아닐지언정, 조금은 더 비유적이거나 풍자적이었으면 좋았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