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형제' 사기꾼 형제 "마법의 숲, 장난 아닌데~"

'그림형제는 사기꾼이었다?' 17일 개봉된 영화 '그림형제: 마르바덴 숲의 전설'은 '동화작가 그림 형제가 사기꾼이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다소 엉뚱하고 기발한 발상에서 시작한다. '그림형제: 마르바덴 숲의 전설'은 그림형제의 '꿈과 희망이 가득한' 동화 이야기가 절대 아니다. 또 동화작가로서 그림형제의 일대기를 그린 논픽션 영화도 아니다. 때는 19세기 프랑스 점령하의 독일. 윌 그림(맷 데이먼)과 제이크 그림(히스 레저) 형제는 마녀 사기행각을 벌이며 명성을 얻는다. 그러나 형제의 사기극은 프랑스군에 의해 발각되고, 이들은 처형당 할 위기에 놓인다. 이때 불행인지 다행인지 마르바덴으로부터 날아 든 다급한 소식이 있었으니 아이들이 이유없이 사라진다는 것. 형제는 아이들을 구출하라는 특명을 받고 마르바덴으로 보내지고, 이들은 마르바덴에서 벌어진 일 역시 자신들 같은 사기꾼들이 펼치 는 장난쯤으로 여기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하지만 상황은 꽤 심각하다. 숲이 정말 마법을 부리는 것이다. '장난 이 아님'을 직감한 형제는 발을 동동 구르지만, 어차피 돌아가도 죽 은 목숨이다. 어쩔 수 없이 숲으로 들어가지만, 500년간 죽지 않고 있는 거울여왕 (모니카 벨루치)의 마법을 풀기엔 난관이 너무도 많다. 일단 '그림형 제: 마르바덴 숲의 전설'은 테리 길리엄 감독이 연출을 맡은 작품답 게 화려한 볼거리를 자랑한다.

지난 제62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출품되기도 한 이 영화 에는 19세기를 완벽히 재현한 고딕식의 배경과 말이 아이들을 삼키 고, 숲 속의 나무가 움직이는 장면 등 풍부한 볼거리를 자랑한다. 여기에 영화 곳곳에 빨간 두건, 헨젤과 그레텔, 개구리 왕자, 진저브 레드맨, 라푼젤 등 그림형제의 단편들 중 일부를 연상케 하는 장면 들이 숨어 있어 이것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인 법. 이처 럼 풍부한 재료를 아기자기하게 엮어나가는 힘이 부족하다 보니 2 시간의 러닝타임이 좀 긴 듯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가장 아쉬운 것은 모니카 벨루치를 조금 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녀의 매력에 푹 빠지려던 남성팬들로서는 쓴 입맛만 다실 수밖에. (스포츠조선 김천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