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회 LG배 세계기왕전]심리의 승부

〈총보〉(1~214)=바둑 승부를 가르는 요체(要諦)는 무엇일까. 프로들은 평정심을 꼽는다. 아무리 수읽기가 뛰어난 기사도 반외(盤外) 심리변수가 개입되면 제 바둑을 못 둔다는 것. 평소 넘치는 투지로 한몫 보던 박정상이 초반부터 몸이 굳은 채 소극책으로 일관하더니 끝내 자멸했다. 병역 특례, 중국측의 자극적 언사 등 몇 가지 변수가 그를 꽁꽁 냉각시킨 것이다.
63으로 참고도의 진행이었다면 이 바둑은 흑 승이 유력했다. 백 2로 3에 두면 흑 2로 맞끊는다. 이것은 백이 너무 피곤한 싸움이다. 흑이 정작 힘을 써야 할 때마다 번번이 물러선 것은 이 판에 걸린 그의 부담감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하게 한다. 올 시즌을 강타했던 박정상 돌풍이 여기서 소멸하다니 아쉽다.
박문요의 입장에서 볼 때 걸작보라고까지 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었다. 그러나 나이답지 않은 침착함과 배짱은 점수를 줄 만하다. 그가 4강까지 도약한 과정을 되돌아볼 때, 바둑 승부의 최종 결정 요인이 심리적 안정감이란 풀이는 과연 정곡을 찌르고 있다.

(103 109…93, 106…98, 139…137, 207…192, 214수 끝 백 불계승, 소비시간 백 2시간 58분, 흑 2시간 59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