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LG배 세계기왕전] 반골 기질

〈제1보〉(1~14)=8강전을 앞둔 시점 중국 현지에서 이세돌과 나눴던 대화 한 토막.
(기자) “왕위후이하곤 초면이 아니던데?”
(이세돌) “그래요? 난 기억이 안 나요.”
(박정상) “형 몇 년 전 삼성화재배 때 한 판 뒀었잖아.”
(이세돌) “그래? 음…. 뒀다면 보나마나 내가 이겼겠지 뭐.”
대화 내용만을 놓고 이세돌이 거만하다고 단정짓는 것은 성급하다. 그는 최근 몇 년간 국제전서 거의 불패(不敗)가도를 달려왔다. 진 바둑은 당연히 기억할 것이고, 기억을 못하는 걸 보니 자신이 이겼다는 뜻이다. 요즘 세계 무대서 이세돌은 그 정도로 거물(巨物)이다.
상대가 홀 짝을 못 맞춰 선택권을 갖게 된 이세돌이 백 돌 통을 끌어다 놓는다. 흑을 선호하는 추세여서 다소 뜻 밖이다. 12까지는 매우 낯익은 진행. 13은 ‘가’ 이하 ‘마’까지가 보통이나 먼저 작전을 걸어갔다. 그러자 백도 참고도의 상식(?)을 외면하고 14의 선공. 상대에 끌려가는 것을 누구보다 싫어하는 이세돌의 반골기질이 초반부터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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