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영, 튀지않는 코믹연기 '진심'으로 웃겼다

23일 개봉된 영화 '나의 결혼원정기'(감독 황병국, 제작 튜브픽쳐스)는 완벽한 정재영의 영화다. 그가 없었더라면 거품 빠진 사이다처럼, 영화는 밍밍해졌을 터. 순발력 뛰어난 연기가 요소요소에서 빛을 발하면서 관객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정재영은 연극 무대를 전전하다 96년 '박봉곤 가출사건'으로 영화계에 첫발을 내디딘 뒤, 몇몇 단역을 거쳐 '킬러들의 수다'로 얼굴을 알렸다. '아는 여자'로 주연 신고식을 거쳤고, 지난해 '실미도'로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을 거머쥐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리고 올해는 '웰컴 투 동막골'로 800만 관객을 동원하더니, '나의 결혼원정기'로 또 한번 흥행 신화에 도전한다. "일단 공감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먼저 골라요. '나의 결혼원정기'는 밑바닥 정서를 바탕에 깔고 있으면서도 참 훈훈하잖아요.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마음에 들었죠." '나의 결혼원정기'에서 정재영이 맡은 역은 사랑을 찾아 우즈베키스탄 맞선 여행을 떠나는 38세 노총각 홍만택. 결혼적령기를 넘긴 지 오래지만 여자와는 눈도 못 맞추는 숙맥이다. 할아버지, 어머니의 강권에 못 이겨 죽마고우 희철(유준상)과 함께 신붓감을 찾으러 간 만택이 우즈베키스탄에서 겪는 일이 영화의 기둥 줄거리다.

당연히 시나리오 연출에 배우까지 삼박자가 정확히 맞아떨어진 결과겠지만, 특히 정재영은 빛이 난다. 완벽한 완급 조절까지 더 해 관객들을 영화에 푹 빠지게 만든다. 특히 감칠맛 나는 경북 예천의 사투리는 훌륭한 조미료. "슬랩스틱 코미디는 자신 없어요. 애드리브도 많이 안 하는 편이에요. 이번에도 튀지 않는 코미디 연기를 하려고 노력했어요." 웃기려고 생각하면 오히려 객석은 썰렁해진다는 게 정재영의 생각. 진심이 아니면 통하지 않기에, 힘을 적절히 조절해 가면서 무게 중심을 잡으려 노력했다는 설명이다. '진심'을 강조하는 정재영. 그래서 그는 인터뷰조차도 대강(?)하지 않는다. 개봉을 앞두고 수십여 매체와 인터뷰를 하다 보면 관성에 빠질 법도 한데, "같은 질문이라도 다르게 대답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매순간 최선을 다하기에 그는 시간의 강을 현명하게 건너면서 관객들과 더욱 가까워지는 듯. 몇년 반짝하고 사라지는 배우들과 180도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스포츠조선 전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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