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결혼원정기' 대한민국 농촌총각에게 바칩니더~

‘농촌총각의 결혼 원정이야기’가 무슨 매력이 있을까. 그런데, 이 영화, 매력 있다. 신기술로 무장한 ‘작업남 작업녀’들이 넘쳐나는 2005년의 대한민국에서, ‘나의 결혼원정기’(23일 개봉)는 투박하지만 진심어린 프로포즈로 관객의 감정을 무너뜨린다. 그것도 농촌 풍경에 대한 냉소나 손쉬운 희화화도 끼워넣지 않은 채.
마흔이 턱 밑에 차오른 나이에 몽정한 팬티를 어머니 몰래 빨아 입어야 하는 경상도 노총각 만택(정재영). “쌀 수입하고 마늘 수입하는 것도 속이 디비지는데, 내 보고 여잘 수입하라꼬?”라고 반항하던 이 처량한 인생도 결국 우즈베키스탄 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이름조차 생소한 이국 땅 여인들을 제외하면, 그나마 선택의 폭 조차 여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떨떠름한 만택에 비해 고향 읍내에서 택시 운전하는 희철(유준상)은 희희낙락이다. 자칭 ‘덕암리 대표 작업선수’인 그는 뽀글뽀글 아줌마 파마를 최신 유행으로 홀로 믿고, 우즈베키스탄 처녀 공략에 나선다. 두 시골 총각은 날마다 희비쌍곡선을 그리고, 쑥맥 만택을 바라보는 현지 커플 매니저이자 통역인 라라(수애)의 수심(愁心)은 깊어만 간다. 그 와중에 남몰래 라라에게 연정을 품은 만택의 고통은 말할 것도 없다.
TV 다큐멘타리 ‘인간 극장’의 ‘노총각 우즈벡 가다’편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다는 영화는, 경상도 시골 출신 노총각 황병국 감독의 실제 체험을 통해 두 겹의 리얼리티를 얻었다. 시골에서 30년 이상 티격태격 거리며 시간을 함께 쌓아온 죽마고우 만택과 희철의 초반부 우정(友情) 에피소드는, 중반 넘어 펼쳐지는 두 농촌총각의 로맨스 못지 않게 건강하고 정겹다.
처량한 처지의 캐릭터지만 여전히 기품 있는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는 수애나 성실한 코미디 연기로 찰기를 불어넣은 유준상도 한 몫 했지만, ‘나의 결혼원정기’가 거둔 성취의 절반 이상은 외모만큼이나 우직한 배우, 정재영의 덕이다. 술에 취해 이장님이나 사용하는 확성기로 마을 전체에 ‘십팔세 순이’를 불러 제치고 앞코가 덜렁덜렁하는 구두를 신고 사랑을 위해 우즈베키스탄 도심을 전력질주하는, 어쩌면 약간 오버인 듯한 그의 연기에 동의할 수 있는 것은, 이 촌스런 사내의 진심이 만들어낸 결과일 것이다.
사실 희철과 만택이 만들어낸 로맨스는 어쩌면 이 땅 대부분의 농촌 총각들에게는 분명 판타지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100분간의 꿈, 영화에서 가장 큰 덕목 중 하나는 어차피 ‘위로’인 것. ‘나의 결혼원정기’의 100분은 그 고전적 임무를 우직하게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