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연하男과 사랑에 빠져 '도쿄타워'

스물한살 대학생 토오루(오카다 준이치)는 오후 4시면 집안에 틀어박혀 스무살 연상의 기혼녀 시후미(구로키 히토미)로부터 전화 오기만을 기다린다. 둘은 은밀한 사랑을 3년째 계속하지만 결국 시후미의 남편 아사노가 눈치를 챈다. 토오루 친구인 코지(마츠모토 준) 역시 서른다섯의 유부녀 키미코(테라지마 시노부)와의 만남이 점점 심각해지며 위기를 겪는다.
어쩌면 사랑은 희생자와 처형자가 필요한 게임인지도 모른다. ‘스무살 어린 남자와 사랑하는 중년 여성’이란 설정만으로도 영화 ‘도쿄 타워’(23일 개봉)에는 파멸의 그림자가 위태롭게 일렁일 것만 같다. 물론 여기에는 ‘파국의 스펙터클’이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이 작품은 순정만화에 가깝다. 다만 어린 남자와의 불륜이 소재일 뿐이다.
중년 여성들을 명확한 타깃으로 삼은 이 영화의 분위기는 고급스럽고 감상적이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이 깔리는 가운데 상류층의 부티 나는 공간 속에 들어앉은 아름다운 배우들이 은유적인 대사를 시종 읊어댄다. 어떤 장면은 리얼하고 어떤 부분은 잔상을 남기기도 한다. “어릴 때 친구한테 빌린 책이 재미있어서 전철 역 하나를 지나쳐버린 적이 있었어. 본 적도 없는 경치가 펼쳐져 당황했지. 그래서 이후엔 두 번 다시 지나치지 않도록 살아왔어. 난 다음 역으론 갈 수 없어.” 모든 것을 던질 준비가 되어 있는 토오루와 달리 일정한 거리를 두고 싶은 시후미의 이같은 말을 비롯해 울림이 있는 대사도 적지 않다.
그러나 ‘도쿄 타워’는 맨 얼굴도 괜찮은데 화장을 지나치게 많이 한 여자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영상은 유려하다기보다는 기름지고, 대사는 함축적이라기보다 문학적이다. 사랑에 대한 잠언을 던지기 위해 짜맞춘 듯한 상황은 곳곳에서 작위성을 드러낸다. 이 영화에서 인물에게 다가가는 카메라 움직임은 거의 없는 반면, 인상적으로 연인들의 모습을 스케치한 후에는 서서히 뒤로 빠지는 카메라워크를 자주 활용한다. 결정적 순간마다 뒤로 빠진 채 화려한 제스처로 사랑 일반에 대해 멋진 훈수를 두고 싶은 욕망 때문에, 감독은 절절한 러브 스토리를 또 하나의 공허한 멜로로 바꾸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