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청룡영화상] 각 부문별 경쟁 판세는?

올해도 청룡영화상의 트로피 주인을 가리는 작업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어느 부문을 둘러봐도 한 눈에 딱 들어오는 '수상 0순위 후보'가 없을 만큼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어서다. 특히 올해는 배우 부문은 물론 감독, 스태프 등 전 분야에서 신진 세력들이 대거 급부상, 기존의 한국 영화계를 좌지우지하던 터줏대감들과 한판 대결을 앞두고 있어 전방위적인 세대 교체 여부도 관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오는 29일 오후 8시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리는 제26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을 앞두고 각 부문별 판세를 긴급 점검해봤다. <편집자주> ● 최우수작품상 '…금자씨' '혈의 누' '…동막골' '말아톤' '…운명' 접전

'백전노장' 대 신인감독들의 팽팽한 대결이 그 특징. 세계 3대 영화제를 휩쓴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나 '번지점프를 하다'로 이미 청룡과 인연을 맺은 김대승 감독의 '혈의 누' 등은 감독의 명성에 힘입어 기획초기부터 언론의 대단한 관심을 끌었던 작품이다. 이에 맞서 올해 최고 흥행 성적을 자랑하는 박광현 감독의 '웰컴 투 동막골'과 상반기 극장가 파란을 일으킨 정윤철 감독의 '말아톤'이 데뷔작으로서 당당히 작품상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절절한 사랑을 뚝심있고 밀도있게 그려낸 박진표 감독 또한 '죽어도 좋아' 이후 두번째 작품인 '너는 내 운명'으로 청룡의 문을 두드린다. ● 감독상 다양한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친절한 금자씨'의 박찬욱 감독과 '달콤한 인생'의 김지운 감독, '그때 그 사람들'의 임상수 감독이 어떤 평가를 받느냐에 승부가 갈릴 전망이다. 개성 강한 연출 스타일을 고수하며 완숙하게 자기 컬러를 만들어낸 이들의 선택은 심사위원들 사이에서도 상반된 평을 받을 듯. 반면 장르는 다르지만 '너는 내 운명'의 박진표 감독과 '혈의 누'의 김대승 감독도 뚝심있게 자신의 목표를 밀어부친 점에서 충분히 정상 등극을 노려볼 만 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 남우주연상

세대 교체의 물결을 가장 실감할 수 있는 부문이다. 신들린 자폐아 연기를 펼친 '말아톤'의 조승우, 재소자 역으로 폭발적인 카리스마를 과시한 '주먹이 운다'의 류승범, 괴짜 교사 캐릭터로 폭넓은 연기력을 선보인 '연애의 목적'의 박해일이 새로운 트로이카를 형성하며 20대 수상자를 배출할 태세다. 황정민 또한 올해 '재발견'의 기쁨을 안겨주며 2005년 최고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스타. '달콤한 인생'의 이병헌은 몰락하는 조직 2인자로 나와 후배들에게선 찾아볼 수 없는 관록을 드러내며 신진세력의 돌풍을 잠재울 30대의 대표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 여우주연상

여우주연상 또한 신구세력의 팽팽한 대접전이 예상된다. 이영애는 '친절한 금자씨'로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에 성공하면서 수상의 기대에 부풀어 있으며, 지난 99년 '내 마음의 풍금'으로 일찌감치 청룡을 품은 전도연 또한 '너는 내 운명'에서 그녀만의 색깔 연기를 다시 한 번 드러내며 결전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는 강혜정과 손예진은 각각 '연애의 목적'과 '외출'의 인상적인 내면 연기로 대선배들과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으며, 김정은은 코믹한 이미지를 단번에 털어버리게 만든 '사랑니'의 섬세한 감성 연기로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 남우조연상 누구 하나를 골라내기는 커녕, 떨어 뜨리기 조차 힘들 만큼 가장 경합이 치열한 부문이다. 박용우는 '혈의 누'에서 독특한 컬러의 카리스마를 발산하며 한층 성숙해진 연기력을 과시했고, 안성기는 '형사'에서 다양한 선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관록의 연기로 명성을 재확인시키고 있다. 황정민은 '달콤한 인생'에서 비열한 조폭 두목의 모습을 리얼하게 그려내면서 물이 오를 대로 오른 연기감을 드러냈고, 임하룡은 '웰컴 투 동막골'에서 코미디언 출신 답지 않은 담백하고 절제된 연기를 선보였다. 공형진은 '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2'에서도 얄미울 만큼 딱 부러지는 코믹 연기로 관객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 여우조연상　 올해도 예년처럼 중견배우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너는 내 운명'의 나문희는 애끓는 모정을 가슴 절절하게 그려냈으며, '마파도'의 김수미와 김을동은 관록이 묻어나는 특유의 색깔 연기로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중견 3인방'의 상승세에 맞서는 신예 기수는 '웰컴 투 동막골'의 강혜정. '연애의 목적'으로 여우주연상에도 노미네이트돼 있는 강혜정은 '웰컴 투 동막골'에서 실성한 마을 처녀의 모습을 천연덕스럽게 연기해내 강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올해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종횡무진하고 있는 서영희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에서 남편만 바라보는 천진난만한 아내의 모습을 사랑스럽게 그려내 인기를 끌었다. ● 신인감독상 역시 최우수 작품상 후보인 '웰컴 투 동막골'과 '말아톤' 중 한 편이 최우수작품상에 이어 2관왕에 오를 지 여부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으며, '연애의 목적'에서 남녀간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해 내며 탄탄한 구성력까지 과시한 한재림 감독도 주목할만하다. '마파도'에서 맛깔난 연출 솜씨를 자랑한 추창민 감독도 다크호스, '여자, 정혜'의 이윤기 감독은 해외 영화제 석권의 여세를 몰아 작품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 신인남우상 가수 출신 배우들의 활약상이 변수다. 그룹 god 출신의 윤계상은 '발레교습소'에서 깜짝 놀랄만한 연기폭을 과시하면서 한창 예민한 사춘기 청소년의 모습을 리얼하게 그려냈으며, '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2'의 탁재훈은 쇼프로그램에서 보여온 그의 코믹적인 재질을 스크린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했다. 박건형은 '댄서의 순정'을 통해 뮤지컬 무대에서 갈고 닦아온 신인 답지 않은 연기력을 선보였으며, 천정명은 '태풍태양'에서 꿈을 이뤄가는 어그레시브 인라인 스케이터의 내면을 절제된 감성으로 차분하게 연기해 냈다. '사랑니'의 이태성은 본격적인 첫 연기 무대임에도 미묘한 심리 묘사 등을 무난하게 소화해 내며 '이변의 주인공'을 꿈꾸고 있다. ● 신인여우상 늦깍이 스크린 신인 김지수의 존재감이 느껴지는 가운데 신예들이 거센 반격이 펼쳐지고 있다. 김지수는 '여자, 정혜'에서 절제된 감성과 폭발력있는 연기를 두루 선보이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여고괴담4: 목소리'의 김옥빈은 고난이도의 성악곡들을 실제로 부르고 이중인격 연기를 매끄럽게 소화해 내면서 '차세대 유망주'로 급부상했으며, '사랑니'의 정유미는 다소 엉뚱해 보이는 여고생 역할을 개성있게 그려냈다. '태풍태양'의 조이진은 시원 시원하고 발랄한 이미지를 앞세워 쿨한 캐릭터의 느낌을 제대로 살려냈고, 'B형 남자친구'의 한지혜 역시 감수성 예민한 여대생의 모습을 섬세하면서도 감칠 맛나게 형상화 하며 나날이 성숙해 가는 연기력을 과시하고 있다. (스포츠조선 영화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