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LG배 세계기왕전]흑 기선(機先) 장악

〈제4보〉(36~47)=이세돌 왼 편에 팔목 시계가 기운차게 돌아가고 있다. 주인은 LG배 전속 해설자인 선배 기사 최규병 九단이다. 전날 밤 이세돌이 시계를 안 차고 왔다며 끙끙거리자 그는 지체 없이 자신의 것을 풀어주며 농담을 던졌었다. “아주 주는 거 아냐. 낼 대국 끝내고 반납해.” 팔목 시계를 바둑판 옆에 풀어 놓아야만 편해지는 프로들의 풍속(?)은 잘 이해되지 않는다. 계시원(計時員)들이 다 알아서 대국 시계를 눌러주는데….
역시 37로 이었다. 38로 살아갈 때 39로 쌍립을 서니 흑은 우변을 챙기며 우상귀 백을 압박하는 형태다. 하지만 중앙 흑 4점의 약화로 ‘가’를 노리게 된 것은 백의 위안이다. 문제는 41 때. 43자리에 늘어 상변을 살릴 수 있어야 하는데 42로 후퇴했고 43을 맞았다.
“참고도 1이면 2, 4로 끊겨 6까지, 우변 백을 살릴 자신이 없었다”(이세돌). 배짱 좋기로 소문난 이세돌로서도 어쩔 수 없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47까지, 이젠 우상귀 백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다. 검토실서도 흑 우세설이 돌기 시작한다. 백은 그러나 추격의 발판이 되는 호착을 찾아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