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잔'을 찾아… 마법의 스펙터클, 해리포터가 왔다

해리 포터가 돌아왔다. 1편 ‘마법사의 돌’, 2편 ‘비밀의 방’, 3편 ‘아즈카반의 죄수’에 이은 네 번째 마법축제, ‘해리포터와 불의 잔’(Harry Potter and the Goblet of Fire·12월 1일 개봉)이다. 원작의 1997년 첫 출간 이후 흐른 시간은 대략 강산(江山)도 변할 만큼이고, 첫 영화 제작도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리 포터는 이제 더 이상 어리지 않다. 그리고 독자와 관객도 더 이상 어리지 않다. 4편 ‘불의 잔’은 어떤 내용이고, 무엇이 달라졌을까. - 해금(解禁)된 10대 성(性)은 더 이상 금기가 아니다. 눈밝은 관객들은 이미 전작 ‘아즈카반의 죄수’에서 눈치챘겠지만, ‘불의 잔’에서 해리(다니엘 레드클리프)와 론(루퍼트 그린트), 그리고 헤르미온느(엠마 왓슨)는 이제 본격적으로 사춘기의 홍역을 치른다. 그런 점에서 마이크 뉴웰에게 4편의 연출을 맡겼다는 점은 상징적이다.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모나리자 스마일’ 등 인물의 심리적 갈등과 인간관계에 탁월한 재능을 보여온 감독은, 해리포터 1·2편을 찍었던 크리스 콜롬버스(‘나홀로 집에’의 감독)와는 정반대의 시선으로 청소년 해리포터의 성장을 클로즈업한다. 해리는 초챙(케이티 링)에게 첫 눈에 반하고, 헤르미온느는 퀴디치팀의 근육맨 빅터 크롬(스타니슬리브 이이네브스키)에게서 무도회 프로포즈를 받는다.

- 리얼리티의 강화 그러니 현실에 보다 방점이 찍힐 수 밖에. ‘변신 캔디’에 열광하던 소년들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마이크 뉴웰은 마법을 자제하고, 대신 청소년이 겪는 질풍노도의 감정에 포커스를 맞춘다. 해리의 상실과 불안, 해리의 책임과 의무, 그리고 어른이 된다는 것의 공포가 드라마의 중심축이다. 1, 2편을 지배했던 호들갑스럽고 신비로운 분위기는 마법학교 구름 위로 증발했고, 대신 엄숙하고 잔인하며 차가운 공기가 이곳을 지배한다.
- 포효하는 해리, 그리고 마법대결 선배이자 친구인 케드릭 디고리(로버트 패틴슨)의 죽음 앞에서 상처 입은 짐승처럼 울부짖는 해리. 4편의 드라마는 그 죽음에 직면하기까지의 여정이다. ‘해리 포터’ 시리즈가 늘 그렇듯, ‘불의 잔’의 외피(外皮)는 마법 대결 모험담이다. ‘불의 잔’에서는 트리위저드 경기가 그 핵심축. 세 곳의 마법학교에서 선발된 대표 선수가, 세 번의 마법 게임을 치른다. 찾아야 할 것은 ‘불의 잔’. 사건해결의 열쇠이자 새로운 음모의 시작이다. 이 대결과정에서 ‘짧지만 굵은’ 마법의 스펙터클이 스크린을 수놓는다. 북유럽 고성(古城)같은 음울한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용과의 대결, 심해괴물과의 한 판 승부, 시도 때도 없이 해리의 발목을 잡는 미로 속 덤불들이 허기진 마법교 열혈신도(信徒)를 달랜다.
- 터널의 한복판에서 원작을 충실히 따른다면, 총 7편으로 완성될 시리즈. 4편 ‘불의 잔’은 이제 정확히 터널의 중심을 지났다. ‘해리 포터’는 점점 높아져가는 관객의 눈높이 앞에서도 불안하다. 실제로 한국에서 ‘해리 포터’의 성적표는 하향 곡선을 그려왔다. 2001년 1편 ‘마법사의 돌’의 430만 명을 정점으로, 2002년 ‘비밀의 방’은 410만 명을 기록했고, 지난 해 3편 ‘아즈카반의 죄수’는 270만 명으로 추락했다. 마법은 업그레이드되고, 컴퓨터그래픽은 한층 더 진화했는데도 불구하고. 우울하고 외로워진 해리 포터, ‘불의 잔’이 그 반전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