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바둑 ‘국보 1호’를 찾아라

한국 바둑문화 유산(遺産)이 한자리에 모인다. ‘경기력’에 관한 한 세계 최강을 자부해 온 한국이 그간 한 번도 시도하지 못했던 귀한 자리다. 오는 12월 6일부터 11일까지 프레스센터 서울갤러리. 한국기원 주최의 ‘한국 현대바둑 60주년’ 기념 행사의 일환으로 ‘안영이(安玲二) 컬렉션’이란 부제가 붙었다. 바둑 서지(書誌)학자인 그가 40년에 걸쳐 각지에서 수집한 바둑 문화재가 전체 전시물의 90%를 넘기 때문이다.

전시 품목 가운데는 국보급에 버금가는 희귀 작품이 적지 않다. 특히 17개 화점(花點)에 연꽃 무늬가 선명한 연화문(蓮花紋) 바둑 판은 14세기 무렵 고려 시대 때 제조된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국내 최고(最古) 나무판이다.

청나라 때 만들어져 건너온 탁본(拓本)용 바둑판은 종이(紙)판을 찍어내는 틀의 형태인데 네 귀(偶)와 천원 등 다섯 곳에 찍힌 화점이 선명하다. 인도 시킴 왕족으로부터 입수한 17줄 바둑판, 소가죽으로 만든 티베트 바둑판 등도 눈길을 끈다.
바둑 서적으론 1850년경 발행된 국내 유일의 목판본 ‘현현경(玄玄經)’, 국내 최초의 바둑 책으로 알려져 있는 육당 최남선의 ‘기보(碁譜)’ 원본 등이 속살을 드러낸다.
미국의 인류학자 스튜어트 컬린(1858~1929)이 1895년 펴낸 ‘한국의 놀이들(Korean Games)’이란 책도 귀한 사료(史料). 표지에 태극기가 그려진 이 책은 골패, 투전 등과 함께 바둑을 ‘Patok’으로 소개하고 있으며 순장바둑이 등장한다.
또 김옥균 조남철 우칭위안(吳淸源) 등 명사들의 휘호, 상아 자기 지점토 등으로 제작된 각종 대국 인형, 19세기 초 판화 ‘조선풍속-위기(바둑)’ 등의 엽서, 정창원(正倉院) 소장 목화자단기국을 소재로 한 카드, 조남철 선생의 얼굴과 손 모형을 뜬 조소(彫塑) 작품 등 다양한 볼거리가 한자리에 모인다.
대만 출신 일본 기사 린하이펑(林海峰)이 한국 전시 기간 동안 내 놓은 중국 전국시대(기원전 453~221년) 옥 바둑돌(玉棋)은 2000여 년이 흐른 지금도 휘황한 광채를 내뿜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선 이와 별도로 한국 현대바둑 60년 사진전, 한국바둑 60년 영상전, 류귀화의 바둑 닥종이 인형전, 유명 기사 포토존, 바둑 인터넷 부스 등 다양한 코너가 함께 자리할 예정. 또 조훈현 이창호 등 최고 기사들이 사인회를 열고 바둑용품을 할인 판매하는 등 우리 바둑 문화의 모든 것을 팬들이 직접 체험하게 만든다는 것이 이번 전시회의 콘셉트다. 200여 점의 소장품을 대여한 안영이씨는 “일본처럼 우리도 바둑관련 상설 박물관을 세워 바둑 역사 및 문화 의식을 고취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