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먼저 볼까? 소설 먼저 읽을까?...영화-소설 동시 마케팅

'영화 먼저 볼까. 소설 먼저 읽을까.' 영화와 소설의 동시 마케팅이 붐을 이루고 있다. 영화 개봉과 소설 출간이 함께 이뤄지는 것이다. TV드라마도 마찬가지다. 새삼스러운 현상은 아니지만, 최근 봇물을 이루고 있어 이채롭다. 영화 제작자나 출판사의 '윈-윈 전략'이다. 홍보 효과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물론 지나친 '기대기 전략'이라는 비판도 있다. 다른 장르의 인기를 등에 업고 '장사'만 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독자들은 두 장르를 비교,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럼 각 영화와 소설은 어디가 같고 무엇이 다를까. 알고 보고, 알고 읽으면 재미가 배가된다. ◆ 무영검 - 만화·소설 읽고 보면 이해 쉬워

무영검은 발해의 마지막 왕자를 구하려는 여자 무사의 활약을 그린 작품이다. 시나리오 작업에만 3년 걸렸다. 먼저 김태관, 신준희씨가 틀을 잡았다. 김영준 감독이 합류해 영상에 맞게 고쳤다. 영화, 소설 외에 만화까지 나온 게 색다르다. 시나리오는 처음 네 가지 버전이 나왔다. 한 가지는 살아남았다. 맨 처음 구상 중에서 '여자 무사 얘기를 하자, 수중 액션 장면을 넣자'는 두 가지만 끝까지 변하지 않았다. 만화에서는 영화가 시작되기 전의 시대를 다루고 있다. 따라서 만화 먼저 읽고 영화를 보면, 스토리를 이해하기가 훨씬 쉽다. 영화, 소설, 만화는 문법이 다르다. 영화는 장면 장면이 중요하다. 시각적인 효과를 노린다. 대신 배경 설명이 힘들다. 소설이 그 부분을 보충해 준다. 역사적인 배경, 발해와 거란의 정치적인 역학 관계 등을 설명한다. 특히 소설은 인물의 내면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한다. 영화에서 엑스트라로 등장한 인물들도 소설에서는 비중 있게 등장한다. 만화는 영화가 시작되기 전의 시대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 네 명의 얘기다. 그래서 만화 먼저 읽고 영화를 보면, 스토리를 이해하기가 훨씬 쉽다. 따라서 무영검은 영화, 소설, 만화가 합쳐져 하나의 전체를 형성한다. 여기에 웹 이벤트까지 진행 중이다. '원 소스 멀티 유즈' 흐름에 맞춰 시너지 효과를 거뒀다. 아쉬운 점도 있다. 김씨는 "초반부터 종합적인 기획을 했으면 캐릭터나 게임으로까지 확장하는 산업화가 쉬웠을 것이다"는 것이다. 대신 "국내 처음으로 영화, 소설, 만화 산업간 연결고리를 동시에 만들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 김씨는 '짱', '황석영 만화 삼국지' 등 만화 스토리 작가 출신이다. ◆ 그림형제 - 동화 내용 아닌 그림형제 모험담

그림 동화는 19세기 독일 그림형제가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동화'로 묶어 펴낸 옛 이야기 모음집이다. 총 210편에 이른다. 지난 6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을 만큼 동화의 최대 보고로 꼽힌다. 영화 '그림형제-마르바덴 숲의 전설'의 개봉에 맞춰 그림동화집이 세 출판사에서 잇달아 출간됐다. 비룡소는 그림형제동화집 3권에 101편을 담았다. 다소 잔인한 내용도 있지만, 원전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삼성출판사는 30편을 골라 실었다. 자음과 모음은 '파인만이 다시 쓰는 그림동화'를 펴냈다. 피가 빨간 이유, 오리가 물에 잘 뜨는 까닭 등 동화 속에 숨어 있는 과학적 원리를 파헤친 점이 특이하다. 그러나 이 책은 그림동화 원전과는 내용이 다르다. 예를 들어 '신데렐라'에서 호박이 황금마차로 변하는 에피소드나 요정이 등장하는 장면은 프랑스 작가 페로가 각색한 내용이다. 그림 동화에서는 죽은 어머니가 신데렐라를 도와준다. 또 유리 구두가 아니라 가죽 덧신이 나온다. 페로가 각색한 이야기를 그림동화로 포장해 설명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영화는 동화 이야기도, 동화 작가 그림 형제의 일대기도 아니다. 제목만 따왔을 뿐이다. '그림 형제가 사기꾼이었을 수도 있다'는 엉뚱한 발상에서 시작한다. 마녀 사기행각을 벌이던 월 그림, 제이크 그림 형제가 처형될 위기에서 아이들이 사라지는 숲으로 보내지고, 그곳에서 거울 여왕의 마법을 푼다는 내용이다. 할리우드 영화답게 19세기 고딕식 배경, 말이 아이들을 삼키는 장면, 나무가 움직이는 장면 등 화려한 볼거리를 자랑한다. 영화에는 그림 동화가 곳곳에 녹아 있다. 빨간 두건, 개구리 왕자, 헨젤과 그레텔, 라푼첼 등 그림 동화를 찾아내면서 영화를 보면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 해리포터 시리즈 - 어둠의 제왕 마침내 등장

영화와 소설 모두 설명이 필요없는 작품이다. 소설은 전 세계 63개 언어로 번역돼 3억부 이상 팔린 초특급 베스트셀러. 영화 역시 우주에서도 상영됐다는 뉴스가 나올 만큼 화제를 모으고 있다. 두 장르 모두 엄청난 성공을 거둔 흔치 않은 작품이다. 12월 초 국내 개봉되는 '해리포터와 불의 잔'은 해리포터 시리즈의 4부다. '…불의 잔'에서는 어둠의 제왕인 볼드모트가 마침내 그 모습을 드러낸다. 해리의 부모를 죽인 후 13년간 숨어 지낸 볼드모트가 해리를 영원히 파멸시키기 위해 등장하는 것이다. 너무 위험해서 100년 동안 개최되지 않았던 트리위저드 대회는 압권이다. 사나운 용과의 사투, 검은 호수에서 펼쳐지는 수중 촬영 등 볼거리가 풍부하다. 소설은 최근 6부 '해리포터와 혼혈왕자'가 번역, 출간됐다. 국내에서만 총 1000만부 이상 팔렸다. 7부로 완성될 예정이다. '해리포터' 시리즈는 소설 출간과 영화 개봉 사이에 적지 않은 시차가 있다. 따라서 영화를 보기 전에 소설을 다시 한 번 들춰보고 기억을 되살리는 절차가 필요하다. ◆ 나니아연대기 - 장대한 서사·아아한 문체 감칠맛

'나니아 연대기'는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12월 개봉되는 영화의 제목 '나니아 연대기-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은 소설의 일부분이다.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닮은꼴이다. 판타지와 모험담이 어우러져 환상의 세계로 이끈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소설의 스토리를 그대로 따른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의 영국이 배경. 공습을 피해 디고리 교수의 시골 별장으로 간 페번시가의 네 남매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마법의 옷장을 통해 신비의 나라 나니아로 들어선다. 나니아는 말하는 동물들과 켄타우로스, 거인들이 평화롭게 어울려 사는 땅. 루시, 에드먼드, 수잔, 피터 네 남매가 사자 아슬란의 인도로 제이디스의 주문을 깨는 싸움에 가담한다는 내용이다. 소설은 '마법사의 조카' '말과 소년' '은의자' 등 7권으로 돼 있다. 판타지 소설의 바이블이라 할 수 있다. 톨킨이 이 소설을 읽고 자극받아 '반지의 제왕'을 집필했다는 일화가 전해질 정도다. 출간 이후 29개 언어로 번역돼 9000만부 이상 판매됐다. 국내에는 시공주니어가 7권을 합본해 1000쪽이 넘는 양장본으로 내놨다. 작가 루이스는 나니아의 창조부터 멸망에 이르는 장대한 스토리가 우아하고 간결하면서 문체로 전한다. 유머와 품위 있는 문학성도 미덕으로 꼽힌다. 소설을 먼저 읽으면, 영화의 전체 흐름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스포츠조선 임정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