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탕 산고 끝에 옥동자를 순산하는 기쁨이 이런 것일까.
유난히도 주옥같은 작품이 많았던 한 해. 2005년 최고의 영화와 스타들을 배출하는 심사과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했다.
9명의 심사위원단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극비리에 진행된 심사에서 격렬한 토론과 2차, 3차까지 가는 투표 끝에 가까스로 청룡의 주인공들을 가려냈다.
지난 열흘간 동고동락하며 심사를 마친 심사위원들은 "어느 작품, 어느 배우에 상을 줘도 전혀 무리가 없을 정도"라고 입을 모으며, 후련함보다는 많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최우수작품상부터 심사가 시작됐다. 최우수작품상에는 무려 3차 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친절한 금자씨'가 선정됐다.
이밖에 '말아톤'과 '혈의 누' 등도 높은 평가를 받으며 선전했지만, 영화적 완성도와 독특한 내러티브 구조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친절한 금자씨'가 트로피의 주인공이 됐다.
감독상 부문 역시 2차 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너는 내 운명'의 박진표 감독이 수상의 영예를 누렸다. 심사위원들은 자칫 세속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소재로 관객의 심금을 울릴 수 있었던 박 감독의 '진정성'을 보다 높이 샀다.
남우주연상 부문은 후보들의 '이름값'이 말해주듯 치열한 표 대결이 예상됐지만, 의외로 황정민에게 몰표가 쏟아졌다. '너는 내 운명'에서 일편단심의 의뭉스런 노총각 역을 맡았던 황정민은 '영화의 호흡을 완벽히 포착하는 배우'라는 찬사를 받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고 격전지는 여우주연상 부문이었다. 비록 투표는 2~3차까지 가지 않았지만, 이영애는 전도연을 단 한 표 차로 제치고 첫 수상의 감격을 누렸다.
한층 성숙 단계에 올라선 연기를 보였다는 게 심사위원들의 공통된 의견. '친절한 금자씨'라는 결코 쉽지 않은 영화에서 원톱 여주인공으로 극을 잘 이끌며 카리스마를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남녀 조연상은 '웰컴 투 동막골'의 두 배우 임하룡과 강혜정에게 각각 돌아갔다. 임하룡은 개그맨의 색깔을 잘 누르고, 오히려 다른 배우들이 '오버'하지 않게 극의 중심을 잘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고, 강혜정은 '그 이상 잘할 수 없다'라는 심사평과 함께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오히려 감독상보다도 뽑기가 어렵다'는 심사위원들의 불평(?) 속에 신인감독상은 '말아톤'의 정윤철 감독에게 돌아갔고, 남녀 신인상은 '태풍태양'의 천정명, '여자, 정혜'의 김지수에게 각각 돌아갔다.
올해 최종심사에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심사위원장을 맡은 가운데, 강한섭(서울예대 교수), 김유진(영화감독), 조혜정(수원대 교수), 박흥식(영화감독), 최동훈(영화감독), 이인화(이화여대 교수 겸 작가), 이혜영(영화배우), 박용재씨(스포츠조선 엔터테인먼트 부장)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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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