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건, "대작이라 부담 크지만 내겐 딱 맞는 작품"

모두들 바라보는 스타가 짊어져야 할 몫은 얼마나 클까. 2005년 12월 현재의 장동건을 생각할 때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그의 부담감이었다. 그가 2년 만에 관객에게 돌아와 선보이는 ‘태풍’(14일 개봉)에서 그는 탈북자 출신으로 남과 북 양쪽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자 해적이 되어 테러를 계획하는 ‘씬’ 역을 맡았다.
이 작품은 한국영화사상 최다제작비인 150억원을 들인 대작으로 일본 수출액을 감안하더라도 500만~600만명은 들어야 겨우 수지타산을 맞춘다. ‘친구’와 ‘태극기 휘날리며’로 한국영화 흥행기록을 거듭 세운 그는 ‘태풍’에 대한 기대 때문에 이제는 자신의 이력을 거대한 벽으로 느낄 법하다. 그는 또 내년 2월에는 중국 첸카이거 감독이 3000만달러를 쏟아부어 만든 판타지 멜러 ‘무극’ 개봉도 앞두고 있고, 최근 타임지 표지모델로까지 등장했다. 각종 조사 결과에서는 최고의 관객동원력을 지닌 배우로 평가받고 있다. 그가 느낄 여섯가지 부담감을 물어봤다. 겸손히 답을 이어갔는데도 그 사이 자신감이 슬쩍 엿보였다.

1. 연이어 거대한 규모의 영화 주연을 맡고 있는데 기분은 어떤가요?
“이런 큰 작품에 주연으로 기용된다는 게 뿌듯해요. 하지만 모두가 흥행에 관심을 기울이는 대작은 숫자가 성공과 실패의 잣대가 되니까 부담스럽죠. 얼마나 영화가 좋은지보다 최종 흥행 스코어에 더 관심을 가지니까요. 규모가 크다고 작품을 선택하진 않아요. 하지만 작품이 맘에 드는데 부담이 큰 대작이라는 이유로 포기한다는 것도 우습지 않겠어요. ‘태풍’은 내내 즐겁게 촬영했고 최선을 다한 만큼 다들 만족하시리라 믿어요.”

2. 장발과 콧수염을 내세워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기존 이미지를 깼는데요.
‘태풍’에 맞춰서 몸무게를 10㎏까지 빼고 스타일도 완전히 바꿨어요. 개인적 욕심으론 대중의 시야에서 멀어져 있다가 영화 개봉에 맞춰 2년만에 변신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싶었어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촬영 기간 중의 홍보와 CF 때문에 변한 모습이 노출됐죠. 지금 이 모습이 배역에 가까워 좋아요. 대중이 생각하는 모습과 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게 흥미롭기도 하고요.”
3. ‘무극’은 처음부터 국제 시장을 염두에 두고 촬영했지요?

“장백지씨와 공연한 이 영화는 판타지 멜러인데 저로선 꼭 필요했던 작업이었어요. 사실 더 넓은 무대를 향해 나아가고 싶은 욕심도 있거든요. 할리우드에 직접 진출하는 것도 좋겠지만, ‘와호장룡’처럼 우리의 것으로 세계에서 인정을 받는 게 제일 좋은 방식인 듯 해요.”
4. 한국 대중문화 특집을 다룬 타임지 표지 모델로 등장해 ‘한류’의 상징이 된 느낌은?
“최근 밀라노에 촬영 갔다가 잠깐 시내에 들렀는데 묘한 경험을 했어요. 비슷해 보이는 동양 사람들 사이에서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등 각양각색 언어로 제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튀어나오는데 참 신기하더군요. 외국에 나가고 각국 팬들에게 노출되는 일이 잦아지면서 말도 점점 조심하게 되고 행동도 자꾸 모범이 되는 쪽으로 하는 경향이 있어요. ‘배우는 공인’이라는 말을 싫어하는데, 상황은 점점 그렇게 갈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5.최근 금융감독원 자료를 통해 올 한 해 68억원을 벌어들인 사실이 보도됐네요.
“촬영을 마치고 귀국 전 그 얘기를 전해 들었을 때 걱정이 앞섰어요. 우리 사회가 노력에 의한 성공에 대해 박수를 쳐주기보다는 팔짱 끼고 쳐다보는 경우가 없지 않잖아요. 아니나 다를까, 그 보도 때문에 요즘 전화를 받지 못할 정도입니다. 불로소득인 로또 당첨자조차 신원을 보호해주는데, 배우는 이런 상황에서도 최소한의 인권이 지켜지지 않는구나 싶어 답답하기도 했어요. 제가 얼마 벌었는지는 그 기사 보고 처음 알았어요. 그 액수는 저로 인해 발생한 소득의 총액이기에 실제 제 수입은 훨씬 적기도 하고요.”
6. 장동건씨에 대해선 모두들 좋은 이야기만 하는데 늘 모범적인 모습만 보여야 한다는 건 부담이죠?

“일본에서 기무라 타쿠야가 10여년간 최고 스타였을 때 가장 싫어하는 스타 조사에서도 늘 1위를 차지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안티 팬이 없어서 마음 편한 게 사실이지만, 제게 모범생 컴플렉스 같은 게 있진 않은가 경계하긴 해요. 하지만 적어도 어떤 행동을 하든 배우로서 신뢰감을 주는 것은 중요하다고 봐요. 그렇다고 모범생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진 않아요. (“그래도 스스로 착하다고 생각하죠?”라고 되물었더니 “네!”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어 멋적은 듯 착한 웃음이 짧은 답 위에 번졌다.)
쏟아지는 요청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직 다음 작품을 선택하지 않고 있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와 ‘친구’의 출연을 최선의 선택으로 꼽는 그가 이번에는 또 어떤 결정을 할까. 우리가 결과라고 믿는 것도 지나고 보면 또다른 시작이다. 13년이라는 만만찮은 경력에도 불구하고 지나온 길보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더 주목되는 이 배우는 ‘태풍’과 ‘무극’이라는 거대한 두 편의 화제작을 연이어 내놓은 직후 다시금 숙고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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