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LG배 세계기왕전] 공적론

〈제8보〉(89~96)=올해 중국 바둑팀 감독조 조장을 맡은 마샤오춘(馬曉春·41)은 취임 일성으로 “3년 내 한국을 앞지르겠다”는 말과 함께 “한국에선 이세돌 정도가 나와 겨룰 만한 천재”라고 말해 화제가 됐었다. 마샤오춘은 이창호란 거봉을 끝내 넘지 못한 채 국제 무대 1선에서 퇴장, 불과 30대 후반부터 ‘원로’ 행세를 하고 있는 기사다. 어쨌거나 이세돌이 이창호 못지않은 중국 바둑계의 ‘공적(公敵)’으로 올라선 것 또한 분명해 보인다.
89는 맥점 같아 보이지만 흑으로선 비극의 출발점이었다. 참고 1도 A의 차단을 보면서 1로 점잖게 한 칸 뛰어두는 수가 유력했다. 2로 보강하면 7까지 상변을 알뜰하게 삭감해가는 것. 백이 6으로 7에 밀면 흑 B에 붙여 넘는다. 93으론 형태상으론 참고 2도 1로 젖히고 싶으나 8까지 망한 모습. 흑 7로 8은 백 7을 당해 흑이 한 게 없다. 96까지는 거의 필연인데, 흑은 여기서 ‘가’로 젖힐 수 있을까,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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