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겨울 흥행 대박은?

여름보다 뜨거운 겨울이 극장가에 찾아왔다. 겨울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게 최근 추세지만 올해는 특히 연말연시에 대작 6편이 집중 상영돼 기대를 모은다.
이번 주 개봉한 ‘해리 포터와 불의 잔’(감독 마이크 뉴웰, 주연 다니엘 래드클리프)을 시작으로, 14일에 ‘태풍’(곽경택, 장동건 이정재)과 ‘킹콩’(피터 잭슨, 나오미 와츠), 29일에 ‘청연’(윤종찬, 장진영 김주혁)과 ‘나니아 연대기’(앤드류 애덤슨, 조지 헨리)가 각각 동반 개봉한다. 1월 중순엔 ‘야수’(김성수, 권상우 유지태)가 기다린다. 350~530개의 스크린에서 대대적으로 개봉될 것으로 보이는 이 6편은 거대한 제작비(한국영화는 제작비 100억원 내외 기준)와 화제성으로 오래전부터 주목 받어 왔다.
어떤 영화를 어떻게 상영할지 결정하는 극장 기획팀은 관객 추이에 가장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해리 포터와 불의 잔’ 외엔 현재까지 어느 영화도 시사회를 갖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 지역 멀티플렉스 극장 7곳의 기획팀장 7명에게 질문을 던졌다. 최후의 흥행 승자는 어떤 영화일까.
◆절대 강자 ‘태풍’
7명 중 5명이 ‘태풍’을 ‘흥행 1위’로 예측했다. ‘킹콩’과 ‘나니아 연대기’를 꼽은 사람이 각 1명이었다. 분단 상황을 소재로 두 남자 대결을 그린 ‘태풍’은 배급사 힘이 막강하고 배우와 감독 모두 관객동원력이 크다는 점이 높게 평가됐다. 한국영화 사상 최대 제작비 규모로 일찌감치 ‘절대강자’로 논의되어 온 사실도 크게 작용할 것으로 봤다. ‘킹콩’과 같은 날 개봉해 힘겨운 승부를 해야 하고, 충무로 경쟁작도 유난히 많다는 점에서 ‘초대형 흥행’에 우려를 표하는 답변도 있었다.
◆외국 영화 중에선 ‘킹콩’
각 응답자에게 예상 흥행 순서대로 나열하게 한 뒤 6점부터 1점까지 역으로 점수를 부여해 합산한 결과 ‘태풍’의 뒤를 이어 ‘킹콩’ ‘해리 포터와 불의 잔’ ‘나니아 연대기’ 등 할리우드 영화들이 차례로 2~4위였다. ‘킹콩’은 ‘반지의 제왕’의 감독 피터 잭슨 이름값과 볼거리에 대한 기대치로 인기를 모을 것으로 예측됐다. ‘해리 포터와 불의 잔’은 원작 소설과 기존 시리즈 전작들 때문에 인지도가 높다는 점과 개봉 후 2주간 대작 경쟁작이 없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신비한 나라에서 네 남매가 벌이는 모험을 다룬 판타지물 ‘나니아 연대기’는 방학에 제일 잘 어울리고 예고편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평가받았다. 하지만 ‘킹콩’은 충무로와 할리우드 대작이 맞붙을 경우 관객들이 한국영화에 쏠리는 요즘 분위기, ‘해리 포터와 불의 잔’은 이 시리즈 기존 3편이 한국에서 예상만큼 성공하지 못했다는 전례, ‘나니아 연대기’는 원작과 배우-감독 모두 우리 관객에겐 아직 생소하다는 사실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갈 길 바쁜 ‘청연’과 ‘야수’
애초 ‘태풍’과 함께 강력한 한국영화 3강 구도를 이룰 것으로 보였던 ‘청연’과 ‘야수’는 쉽지 않은 승부를 벌일 것으로 조사됐다. 일제 시대 최초 여성 비행사의 실화를 다룬 ‘청연’은 현실감이 있고 드라마가 강렬하다는 점이 장점이지만, 배급력이 경쟁작에 비해 다소 열세고, 액션·판타지 영화에 비해 볼거리가 약할 것 같다는 예측이 나왔다. 열혈 형사와 엘리트 검사의 수사극 ‘야수’는 개봉 시기가 좋고 한국인 선호장르인 형사 영화라는 점에서 평가받은 반면, 연말연시에 보기엔 어두운 느낌이 있고 인지도가 떨어진다는 점에 대해 우려가 있었다.
◆최종 승자의 관객 동원수는?
그렇다면 이 6편 중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끌어들일 영화의 전국 동원 관객 수는 얼마나 될까. 7명 중 6명이 500만명 안팎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영화를 내놓는 쪽의 욕심은 완전히 다르다. 6편의 제작-수입사측에 각각 ‘자사 영화의 현실적인 기대관객 수’를 물어 평균을 낸 결과 무려 600만명이라는 수치가 나왔다. 1년에 500만명 이상을 동원하는 작품이 2~3편이란 사실을 감안할 때 무리가 아닐 수 없다. 모두가 함께 손잡고 웃을 수는 없는 법. 충무로의 잔인한 겨울이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