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LG배 세계기왕전] 준준결승 제2국 <흑 6집반 공제₩각 3시간> 薄氷의 승부

〈제9보〉(97~105)=이 대국이 두어지던 무렵 이세돌의 국내 랭킹은 이창호 최철한에 이어 3위였다. 베이징 체류 기간 동안 그는 기자에게 이런 불평(?)을 했다. “이창호 사범님이 1위인 것은 그렇다 쳐도 철한이보다 아래인 건 이해할 수 없다”고. 하지만 그 직후 발표된 11월 순위에서 이세돌은 랭킹제 도입 후 처음으로 1위로 도약했다. 톱 랭커들의 순위가 매달 바뀌는 가운데 당사자들의 경쟁 의식도 이렇게 치열하다.
97로 98 자리에 젖히면 어떻게 될까? 참고도 백 4로 붙여 8까지 장문으로 잡힌다. 흑 1 젖힘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건 흑에겐 비극인 동시에 뭔가 착오가 있었다는 뜻이다. 97, 99로 좌변을 챙긴 듯 하지만 훗날 백 ‘가’로 넘는 수가 남아 별 게 아니다. 반면 백은 ‘나’가 또한 선수여서(응수 않으면 백 ‘다’로 둔 뒤 넘는 수와 중앙으로 뚫고 나오는 수를 맞본다) 흑의 좌변 작전은 실패로 끝났다.
형세는 이로써 기어이 박빙(薄氷)이 됐다. 고개를 젓던 왕위후이, 결연한 표정으로 105에 붙인다. 백은 ‘라’로 바로 막을 것인가, 아니면 한 발 물러서는 게 옳은가? 바둑은 또 한 번의 고비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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