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시사회서 만나본 '게이샤의 추억' 장쯔이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하고, 롭 마샬 감독이 연출한 화제작 '게이샤의 추억'이 내년 2월 국내 개봉을 앞두고 지난달 29일 도쿄에서 월드 프리미어를 가졌다. 아서 골든의 베스트셀러(1997년)를 영화화한 이 작품은 어린 나이에 화류계에 팔린 주인공 사유리가 소녀 시절 자신에게 작은 호의를 베푼 신사를 가슴에 간직하고, 그의 사랑을 얻기 위해 최고의 게이샤로 성장하는 과정을 섬세하고 이국적인 영상에 담은 작품이다. 주요 출연진과 롭 마샬 감독이 참석한 이번 행사에서 가장 많은 조명을 받은 배우는 단연 주인공 '사유리'를 열연 한 장쯔이(25). '와호장룡', '무사', '연인' 등으로 국내 팬들과도 친숙 한 그녀는 이 영화에서 한 게이샤의 파란만장한 삶을 감동적으로 되 살려냈다. 혼을 담은 고난도 1인무와 완벽한 부채춤 등 사라져 가는 게이샤(藝人)의 신비한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는 평이다. 사미센 연주법-부채춤 추는법 등
매일 9시간씩 6주간 혹독 훈련에
영어대사 익히느라 곱배기 고행도
고통 삭이는 내면연기 성공 뿌듯

-처음 제의를 받았을 때 기분은? ▶5,6년 전쯤 원작을 읽었다. 아름다 운 러브스토리라 큰 감동을 받았는 데 내가 주인공이 되리라고는 생각 못 했다. 출연을 결정하고는 큰 중압 감에 시달렸다. 작품에 대해 아는 사 람들이 많아 그들의 기대에 부응해 야 했기 때문이다. -게이샤 연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6주간 하루 9시부터 6시까지 고된 훈련을 받았다. 기모노 입는 법, 사미 센 연주법을 비롯해 부채춤 등 모든 것을 배워야 했다. 특히 게이샤들의 종종걸음을 재현하기 위해 무릎 사이에 종이를, 머리 위엔 술잔을 놓고 걷는 연습을 하기도 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영어로 연기를 해야 한다는 것은 내게 큰 도전이었다. 두배로 힘 들었다. 게이샤 훈련 도중 쉬지 않고 영어공부를 병행했다. 끝내고 나니 이 작품을 통해 내가 한단계 발전한 것 같아 흐뭇하다. -사유리는 어떤 인물인가. ▶고통을 드러내기보다는 내면으로 꾹꾹 밀어내며 참고 산 강한 여 자다. 남작이 기모노를 입어보라면서 강제로 옷을 벗기는 장면에서 사유리의 고통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울어서 쉽게 표현할 것인가 하다가 나도 모르게 감정을 절제하는 연기를 하고 있 었다. 이 장면을 찍은 후 한참 동안 몸이 덜덜 떨렸다.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해보니 어떤가. ▶중국과 달리 할리우드는 일단 예산에서 큰 차이가 난다. 이 작품 도 80%가 세트인데 그게 다 돈이다.(웃음) 외형적인 차이가 있지만 중요한 것은 영화에 대한 열정을 공유한다는 점이다. 한국영화 '무 사'와 '조폭마누라 2'에 출연했을 때에도 이런 열정을 느꼈다. -공리, 미셸 여(양자경)와 함께 출연했는데. ▶공리는 어렸을 때부터 나의 우상이다. 그녀의 영화를 다 봤다. 이 번 작품을 통해 좋은 친구가 됐다. '와호장룡' 이후 두번째로 만난 미 셸은 큰 언니 같다. 이 영화 속에서 사유리를 돌봐주는 '마메하(양자 경)'가 곧 그녀의 모습이다. (스포츠조선 도쿄=김형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