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요리] 우거지 갈비탕 & 돼지고기 콩나물 찜

사람들은 산에 가서 무엇을 느끼는 줄 몰라도 낙엽 다 떨어진 산에서 느끼는 산의 향기야말로 산에 다니는 의미를 배가시킨다. 특히 눈 내리기 바로 전에 찾은 산에서 느끼는 이것은 커피나 담배보다 강렬하게 사람을 끄는 힘이 있다. 눈 내리기 전까지 다른 사람들의 발길이 뜸할 것이고, 산 아래 식당촌의 호객행위도 많이 점잖아진다.

홀로 산행하건 여러 사람이 한 데 모여 가건 간에 이 때 하는 산행이야말로 한 해를 돌아보며 조용히 사색할 수 있는 기회다. 올해 결산과 내년 예산을 세우느라 여러 모로 바쁘겠지만 눈이 본격적으로 내리기 전에 산을 찾는 것도 하나의 삶의 방법이다. 먼 곳이 어렵다면 가까운 산이라도 찾아 이 호젓한 시간을 만끽해 보자.

콩나물은 초반에, 선지는 중반에 넣는 게 좋아

이번 달에는 송년 산행을 즐기는 등산인들을 위해 간편하면서 걸쭉한 두 가지 요리를 준비해 보았다. 산행하며 사색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속이 든든해야 하기 때문이다.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생각에 잠기기 전에 북적거리는 시장에 들러 사람 냄새부터 맡고 산의 향기를 즐기러 떠나 보자.

이번에 준비한 두 요리는 칼로리 소모가 많은 겨울철을 위해 영양가도 많고 우리 입맛에도 맞는 우거지갈비탕과 돼지고기 콩나물찜이다. 요리 이름만 들어도 소주 생각이 나겠지만 술은 내려와서 마시면 되고 일단 요리법부터 알아보자.

먼저 준비한 갈빗살을 코펠에 넣고 볶는다. 갈빗살은 뼈를 제거한 것을 구입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뼈를 제거한 갈빗살은 구이용으로 지방이 거의 없다. 따라서 쇠기름은 따로 얻어야 한다. 기름만 넣고 국을 끓인다면 다소 거북하겠지만, 산요리에서 그것도 특히 겨울 산요리에서는 약간의 쇠기름은 국물을 낼 때 유용하게 쓰인다.

갈빗살이나 쇠기름이 약 80% 정도 익어 육즙이 나오기 시작하면 적당량의 쌀뜨물과 사골육수를 붓고 무를 약간 썰어 넣는다. 쌀뜨물은 밥을 할 때 나오기 때문에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되고, 사골육수는 액체로 된 포장을 구하는 게 좋은데, 중량이 부담스럽다면 소량을 사용해도 되고, 아니면 건조 제품을 써도 된다. 대형 할인마트에 가면 소 뼛가루도 구할 수 있는데, 이것도 아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무를 썰어 넣으면 국물이 시원해지는데, 중량에 대한 부담감이 상당하므로 소량만 썰어 가지고 가야 한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된장을 풀어 넣는다. 이때 처음부터 너무 많이 풀지 말고 색깔을 맞추는 생각으로 조금씩 넣는 것이 좋다. 된장을 푼 다음에는 준비해온 우거지를 썰어 넣는다. 우거지는 집에서 미리 끓는 소금물에 데쳐 꾹 짜서 가지고 다녀야 한다. 이것이 번거로우면 시장에서 구입해도 좋다.

우거지와 무가 적당히 익으면 불에서 내려 먹기만 하면 되는데, 순한 맛을 좋아하면 그냥 먹어도 무방하고, 얼큰한 것을 좋아하면 양념을 미리 만들어 넣어 먹도록 한다. 양념은 적당한 그릇에 고춧가루와 고추 다진 것을 넣고, 간장과 고추씨 기름을 조금씩 넣어가며 개면서 만들면 된다. 시내 유명 해장국집에서는 이 양념 맛에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중요시하는데, 양념을 과하게 넣는 것보다 국의 맛을 변하지 않게 할 정도로 소량만 넣는 것이 좋다.

아무리 추운 날씨라 할지라도 간편하게 조리해서 내놓은 이 해장국만 있다면 산행의 즐거움과 체온을 한꺼번에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기호에 따라 콩나물과 선지를 곁들인다면 또 다른 맛을 낼 수 있는데, 콩나물은 요리 초반에 넣는 것이 좋고, 선지는 요리 중간에 넣기만 하면 된다. 최근에는 순두부처럼 깨끗하게 포장된 선지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기 때문에 기호에 따라 선택하도록 한다.

선지해장국이 체온을 잡을 수 있는 요리라면 돼지고기 콩나물찜은 간편한 방법으로 훌륭한 안주거리를 만드는 방법이다. 이 요리는 최근 모 인터넷 사이트에서 퍼져 나온 요리로 일반인들에게도 상당히 알려져 있지만, 산에서도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 맛있는 요리를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음식이다.

먼저 코팅된 프라이팬에 돼지고기(삼겹살이나 불고기 감)를 넣고 볶다가 소금과 후추로 약하게 간한 다음, 돼지고기가 반 정도 익어 육즙과 지방이 나오기 시작하면 양파를 썰어 넣고 휘저어 골고루 익도록 한다. 양파가 익으면 준비해온 콩나물과 다진 김치를 넣고 함께 볶는다. 콩나물은 시장에서 미리 손질한 것을 사는 게 여러 모로 편리하고 되도록이면 물기가 없는 것이 좋다. 콩나물은 쉽게 얼기 때문에 신문지 등을 이용해 보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콩나물을 넣은 다음에는 뚜껑을 덮어준다. 이것은 수분이 증발하는 것을 막아 주고 조리시간을 단축시켜준다. 뚜껑을 덮은 지 2~3분 후 구수한 콩나물 냄새가 나면 뚜껑을 열고 콩나물 숨이 죽었는지 확인하며 살짝 뒤적여주고, 간을 보면서 고추장과 다진 청양고추를 넣어가며 버무리면 된다. 고추장은 한꺼번에 많이 넣지 말고 색깔을 맞추듯 조금씩 넣는다. 마지막으로 파를 넣고 다시 한 번 버무려준 다음 불에서 내린다.

이 요리는 한겨울 철에도 채소를 아작아작 씹을 수 있어 맛과 질감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요리다. 무미한 삼겹살에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고, 다 먹은 다음에 밥을 볶아먹어도 일품이다. 소개된 이 요리의 레시피에는 양념장을 따로 만들어 붓고 먹지만, 산에서는 돼지고기를 먼저 볶아낸 기름을 이용해 맛을 내기 때문에 오히려 더 간편하고 제대로 된 맛을 낼 수 있다.

돼지기름은 나쁜 기름 제거하고 영양가 높아

돼지고기에서 나온 기름에는 나쁜 기름을 제거하는 데 효과가 있는 불포화지방산이 60%나 들어가 있어 부담을 느낄 필요가 없으며, 겨울 산에서는 칼로리 소모가 많은 점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영양가와 맛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요리라고 할 수 있다.

술안주로는 아주 적당하며, 여럿이 함께 모여 먹기에는 더없이 좋다. 많은 양을 할 때에는 프라이팬이 아닌 코펠에 해도 별로 눌어붙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콩나물을 넣고 뚜껑을 덮는 것인데, 뚜껑을 덮은 다음에는 자리를 떠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면서 요리하는 정성이 필요하다.

얼마 전 낙엽이 다 진 후 홍천군 내면쪽 오대산을 찾은 적이 있다. 그곳은 평소에도 인적이 드물고 경관이 수려해 조용히 산을 즐기기에 더 없이 좋다. 더구나 단풍시즌이 모두 끝난 터라 사람도 별로 없어 덕분에 호젓하게 늦가을 산행을 만끽할 수 있었다. 산행을 마치고 계곡 옆으로 난 숲길을 걸어 하산하는데 서설이 내리기 시작했고, 저 앞에서는 나이 지긋한 백발의 등산인이 올라오고 있었다. 꽤나 인품 있어 보이는 표정에 20년은 넘었음직한 낡은 배낭과 가죽 ‘비브람’이 그렇게 보기 좋을 수 없었다.

눈 내리는 일요일 오후에 큰 배낭을 메고 혼자서 산행을 즐길 수 있는 게 더없이 부러웠다. 주차장에는 낡은 지프가 한 대 서 있었는데 온기로 보아 그가 타고 온 듯 보였다. 그 차는 어찌나 관리를 잘 했는지 훨씬 나중에 나온 내 차보다 더 새것 같아 보였다. 문득 20년 후의 내 모습을 떠올리며 그 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어디에 살며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웬지 나도 20년 후에 저런 모습으로 남았으면 한다. 그 때까지 가고 싶을 때 자유롭게 산에 갈 수 있다면 이보다 더 바라고 싶은 일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