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기사 6人설문 ‘4大 천왕’ 누가 최강?

“도대체 누가 현역 최강이야?” 팬들뿐 아니라 전문가들도 헷갈린다. 이창호(30) 이세돌(22) 최철한(20) 박영훈(20·이상 나이 순)이 형성 중인 ‘4천왕’ 판도가 워낙 팽팽하기 때문이다. ‘동업자’인 프로기사들의 생각은 어떨까. 6명의 현역을 연령대별로 표본 추출, 긴급 설문을 실시해본 결과는 “그래도 이창호”라는 대답이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설문은 지난 2일 전화로 이뤄졌다. 이창호 대 최철한과의 GS칼텍스배 결승 5번기 최종 5국이 벌어진 바로 다음날이다. 이 대국서 이창호는 좋았던 바둑을 뒤집히며 초반 2연승 후 3연패, 타이틀 벨트를 풀어 ‘종반 마무리의 황제’라는 위명에 상처를 입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무려 4명으로부터 1위 표를 받으며 종합 점수에서 당당히 1위에 자리한 것(별표 참조). 이창호를 1위로 지목한 이유에 대해 오규철 양건 안달훈 강동윤 등 프로 4명은 한결같이 ‘안정감’을 꼽았다. 이창호가 누려온 카리스마는 아직도 흔들리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2~4위는 우열을 가리기 힘든 백병전. 그런 가운데서도 박영훈이 근소한 차로 2위 점수를 획득했다. 서능욱 九단은 박영훈을 1위로 꼽은 이유로 안정된 운영 능력과 갈수록 많아지는 속기 기전 비중을 들었다. 최연소 강동윤 四단은 “영훈이 형은 어떤 바둑도 쉽게 지는 법이 없다. 까다롭다”고 평했다. 응답자들은 박영훈의 보유 타이틀 4개가 모두 올해 획득한 것이란 점에서 최근의 무서운 상승세에 주목했다.
윤영선 四단은 최철한을 1위로 꼽은 이유를 그의 꾸준함과 ‘가속도’로 설명했다. 2003년 말 첫 타이틀 획득 이후 이창호와의 번기(番棋)를 연속 넘어서면서 발생한 자신감이 ‘뒷바람’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는 것. 안달훈 六단도 최철한에 대해 “올해 다승 1위가 유력한 가운데 3관왕에 복귀해 근소한 차이지만 선두 추격의 선봉장 역을 맡은 느낌”이라고 평했다.
이세돌에게 1위 표가 한 표도 안 나온 것은 의외. 응답자 대부분은 기재(棋才)에 관한 한 이세돌을 첫 손에 꼽으면서도 막상 1위는 다른 후보에게 던졌다. 후보 4명 중 기복이 가장 심하고 국내에서의 활약도 너무 빈약하다는 것. 그런 가운데서도 오규철 九단과 양건 七단은 “세계대회 비중이 워낙 크므로 박영훈 최철한보다는 이세돌을 위에 놓고 싶다”고 했다.
최정상을 다투는 ‘4천왕’들이지만 제각기 약점도 뚜렷하다. “최철한과 박영훈은 국제 무대서 좀더 검증받아야 한다”(오규철·양건), “이세돌은 안정감과 체력을 보강해야 한다”(서능욱·윤영선·안달훈)는 지적이 뒤따랐다. 이창호에 대한 동료들의 주문은 “정신적 안정”(서능욱), “스트레스 탈피”(윤영선). 특히 서 九단은 이창호에 대해 “빨리 결혼해서 안정적 환경을 갖추지 않을 경우 내리막길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1년 뒤 판도’를 묻는 항목에선 안달훈 六단이 박영훈의 부상(浮上)을 꼽았고 윤영선은 최철한과 박영훈의 양강체제가 될 것으로 답했다. 오규철 양건 강동윤 사범은 이창호시대가 최소 1년은 더 가겠지만 2년을 넘기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