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판 합계 1집승 고근태, 천원전 5번기 2연속 반집승

“반 집의 마술사라고 불러주세요.” 고근태(18) 三단이 이색적인 기록을 쌓으며 첫 타이틀 획득 꿈을 부풀리고 있다. 제10기 천원전 결승 5번기에 나선 고근태는 2일 대부도 승마랜드에서 벌어진 제2국에서 박정근(19) 초단에게 320수 만에 백 반 집 승, 지난달 24일 흑으로 반 집을 이긴데 이어 2연속 반 집 승을 기록했다.
‘반 집’은 현실적으론 존재하지 않는 가공(架空)의 수치. 5번기에서 반 집 승부만으로 우승자를 가린 경우는 과거 일본에서 딱 한 차례 있었다. 지난 2000년 한국 출신 류시훈 七단(당시)이 고바야시 고이치(小林光一) 九단에 도전, 3대0으로 이겨 우승했을 때 세 판이 모두 반 집 승이었다. 합계 1집 반 차로 우승 상금 1400만엔을 챙겼으니 1집당 1000만엔에 육박하는 짜릿한 승부였다.
이번 타이틀 무대가 똑같은 이름의 천원전이란 점도 공교롭다. 한국 천원전 우승 상금은 2000만원. 만약 고근태가 오는 14일의 3국에서도 반 집을 이겨 우승한다면 1집의 가치는 1300여만원에 이르는 셈이다. 1국을 흑 반 집 승으로 출발한 흐름도 5년 전의 류시훈과 똑같다. 다른 점이라면 한국 천원전이 도전제가 아닌 선수권전이란 점 정도.
하지만 당사자들에게 상금이나 반 집 승부는 둘째 문제다. 피차 처음 잡은 우승 기회를 살려 정상에 서는 게 우선 목표이기 때문이다. 고근태는 1승만 더 보태면 최초의 지방 연구생 출신 타이틀 홀더가 되고, 박정근이 내리 3연승해 역전 우승을 따낼 경우엔 ‘초단 챔피언’이란 전대미문의 충격파가 바둑계를 강타할 것이다. 풍운아 기질이 다분한 둘 간의 ‘반 집 쇼’가 계속 곁들여진다면? ‘10대들의 패권 싸움’이 갈수록 태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