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LG배 세계기왕전] 되(升) & 말(斗)

〈제11보〉(115~127)=전보(前譜) 진행이 왜 ‘코미디’였는지 이번 보에서 명료하게 밝혀진다. 우선 흑은 ?의 패감을 받을 수가 없다. 받았다간 우하귀 패감이 무궁무진 이어지기 때문. 게다가 상변 패를 질 경우 잡았던 우상 쪽 백 돌들이 ‘부활’할 여지가 발생한다. 115는 오후 대국 재개 직후 노 타임으로 놓였다. 그 결론을 내리기까지 얼마나 괴로운 점심 시간이었을까.
116, 118. 무자비한 군화(軍靴)가 들이닥치면서 멀쩡하던 흑의 우하귀가 쑥밭이 되기 시작했다. 흑으로선 상변에서 되(升)로 받고 우하귀에선 말(斗)로 갚는 격. 수순 중 119는 확실한 선수(先手)를 뽑기 위한 행마법이자 일종의 사석 전법이다. 참고도 백 4때 응수를 생략하기 어렵기 때문.
125는 반상(盤上) 최대인데 126 때가 또 어렵다. ‘가’ 정도면 온건하지만 백이 가볍게 ‘나’를 선수한 뒤 ‘다’로 지키면 거의 반면(盤面) 승부다. 127은 혼신의 버팀이자 최후의 승부수인 셈. 그러나 흑진은 도처에 허점투성이다. ‘라’의 단점을 남긴 것이 두고두고 부담이 되고 있다. 어느 쪽 둑부터 부술까. 이세돌이 매(鷹)처럼 날카로운 눈매로 중원을 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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