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회 LG배 세계기왕전]흑 대마 死境

〈제12보〉(128~139)=점심 시간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게 있다. 국제대회 때 ‘선수’들을 자유롭게 풀어주는 현행 방식에 문제가 없느냐 하는 것. 나라별로 모여 ‘장외’의 동료들과 함께 식사하는 환경에선 마음만 먹으면 온갖 의견 교환이 가능하다. 프로들의 양식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오해의 소지를 원천 예방하고 선의의 피해자를 보호해줄 장치가 필요해 보인다. ‘국제 스포츠화’를 지향하고 있는 바둑계가 한 번쯤 생각해 볼 문제다.
128 때 129는 버틴 수. 130에 131도 최대한의 저항이다. 이쯤 되면 백도 뭔가 응징하고 싶어진다. 132로 먼저 젖힌 뒤 134에 끊은 것이 절묘한 콤비 연타(連打). 여기서 흑은 138 자리에 틀어막을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불가능함을 참고도가 보여준다. 136, 138로 중앙 백이 탈출해선 거꾸로 그 위쪽 흑 대마의 삶이 아리송해졌다.

패배 위기에 직면한 직업 승부사들의 괴로움을 아마추어들이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머리를 쥐어뜯을 듯 괴로워하던 왕위후이, 일단 139에 붙여 도생(圖生)을 시도해 본다. 중앙 흑 대마의 운명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