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5.12.07 11:52 | 수정 : 2005.12.07 11:52

가난 때문에 전화방도우미 나선 유부녀
충격 노출-절제된 감정 표현 "역시" 찬사

전미선에게 영화 '연애'(감독 오석근, 제작 싸이더스FNH)는 평생 못 잊을 작품이 될 것 같다. 그녀는 9일 개봉되는 '연애'를 통해 연예계 데뷔 16년 만에 주연배우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었고, 예사롭지 않은 연기 투혼으로 기회에 화답했다. 전미선은 가난 때문에 전화방 도우미로 나선 유부녀 어진 역을 맡아 우리 사회의 어두운 환경 속에서 점차 변화해가는 모습을 섬세하면서도 절제된 내면 연기로 표현했고, 일명 '스리섬'(남녀 셋이서 벌이는 정사) 등 파격적인 노출 장면을 감행하기도 했다. 그러기에 영화 출연을 결정하기까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시나리오를 읽고서 당연히(?) 출연 요청을 거절했죠. 노출 장면을 도저히 감당할 자신이 없었어요. 하지만 차승재 대표가 직접 수차례 설득을 해왔고, 시나리오를 두 번인가 다시 읽고 나서 마음을 정했어요. 사실 그동안 거절하면서도 '아, 이건 나한테 딱 맞는 역인데…'라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어요." 전미선은 가장 힘들었을 법한 베드신 연기에 대한 질문에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그러다 문득 "김밥을 먹으면서 촬영했다"고 말해 초조하게 지켜보던 사람들의 입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게 만들었다. 언뜻 들리기에 '그리 힘들지 않았다'거나 코믹한 뉘앙스 정도로 받아들여져서 그런 것이었는데, 그녀는 "평소 촬영기간 동안 두유 정도만 마시고 사는데, 그날은 너무 힘들어서 뭔가 먹어야 했다"고 부연 설명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영화 내내 이어지는 절제된 톤의 감정 연기도 그녀의 진을 뺐다. "역시 차라리 감정을 폭발시키는 류의 연기가 수월하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는 그녀는 "미세한 표정 변화나 분위기 등으로 심리 상태를 표현해내는 작업이 만만치 않았지만, 오히려 나보다 어진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 오 감독님의 섬세한 지도 덕을 많이 봤다"며 공을 돌렸다. 힘든 터널을 통과한 그녀는 이제 "정말로 이 영화를 한 것에 대해서 차 대표님과 오 감독님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몇 번이나 고개를 조아릴 만큼 만족해하고 있었다. "주연이라는 자리에 서보니 '내가 그동안 이것밖에 안됐었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어요. 영화 자체를 통해서도 배울 점도 너무 많았구요. 나 자신의 그릇이 커진 느낌이랄까." 처음 만났을 때부터 묘한 느낌을 들게 하던 그녀 입가의 미소를 알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스포츠조선 신남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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