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현장을 가다] '투사부일체'

2일 오후 서울 삼성동의 돈텔마마 나이트클럽. 　영업하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인데 홀 안이 시끌시끌하다. 바로 코미디 영화 '투사부일체'(감독 김동원, 제작 시네마제니스)의 촬영 때문이다.　 마침 주인공인 정준호, 정웅인, 정운택이 중앙 무대 위에서 영화 속의 한 대목을 연기하는 중. 조직의 보스 '계두식'(정준호)이 '넘버 3'인 '대가리'(정운택)의 뒤통수를 사정없이 내리치고 있다. '철썩, 철썩, 딱'. 맞는 소리가 심상치 않다. 고등학교 교생으로 부임하게 된 보스를 축하한다며 대가리가 요란한 파티를 연 게 그만 정준호의 심기를 건드렸다. 3~4차례의 NG를 포함해 8차례의 반복 촬영 결과 정운택의 뒤통수는 벌겋게 달아오르고 표정은 일그러졌다. 때리는 정준호는 안절부절이다. 원래 시나리오상에 표현된 구타 횟수는 한 신에 약 10회. 그런데 8차례를 넘게 찍었으니 정운택은 '매 맞을 복'이 터졌다. 얼음찜질이 동원된다. 아무리 연기라지만 분위기가 냉랭하다. 그래서인지 저녁 식사 때도 정운택 표정이 여전히 어둡다. 누군가 "맞는 뒤통수보다는 때리는 손이 더 아플 수도 있다"고 말하자, 바로 눈을 치켜뜬다. "말도 안 되는 소리에요. 한번 맞아 보세요. 그리고 때리는 사람한테 얼음찜질을 먼저 해 주는 게 어디 있어요." 얼음찜질 팩이 주연인 정준호에게 먼저 전달된 게 좀 섭섭했나 보다. '리얼'한 연기를 통해 어느덧 단순무식한 대가리가 돼버린 정운택. 옆에 앉은 정준호를 자꾸 흘긴다. 하지만 결국 일치된 목표가 '한랭전선'을 걷어낸다. 속편의 징크스에 아랑곳하지 않고 '두사부일체'의 2탄에 뛰어든 '정 트리오'. 이들의 목표는 오직 영화의 성공이다. 정준호는 자신을 충무로 흥행배우로 만들어 준 '두사부일체'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그래서 속편을 제작한다기에 주저 없이 의리를 지켰다. 영화에 푹 빠져 있다 보니 벌써 6~7㎏이나 체중이 줄었다. 하지만 이번 영화가 웃음에만 포커스를 맞춘 건 아니다. 정준호는 "투사부일체는 코미디 영화다. 그러나 이번엔 감동이 있다. 조직의 보스 계두식이 윤리과목을 가르치는 교생으로 부임한다는 설정이 그렇다. 내가 맡은 역이긴 하지만 계두식 같은 친구를 사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제 영화 촬영의 90%를 달려온 '투사부일체'는 2001년 '두사부일체'의 5년 후다. 계두식은 교생이 돼서 학교로 가고, 김상두(정웅인)는 애인찾기에 나서고, 대가리는 아이와 아내가 있는 가장으로 변신했다. 책가방을 메고 학교로 간 '큰 형님' 김상중의 코믹 연기도 기대된다. '투사부일체'는 내년 1월에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스포츠조선 김인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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