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산책] 우리말 더빙을 입힌 3D애니 두 편

한국 최초의 DVD 타이틀은 1997년 삼성영상사업단이 출시한 ‘클리프 행어’, ‘T2’ 등의 세 개 작품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 모두 5.1채널의 우리말 더빙을 수록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초기 제작자들은 DVD의 특성상 우리말 더빙이 대세가 되리라 생각했지만 이런 예상은 완벽하게 빗나갔다. 더 정확히 말해 극장 상영 당시 한국어로 더빙한 상황이 아니라면, DVD에서 한국어 지원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이런 이유로 가족 영화나 애니메이션 DVD에 우리말 더빙이 집중 지원된다. 더빙에 대한 선호도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시각장애인, 노인, 어린이 등 현실적으로 더빙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 이중 유독 어린이들만 배려하고 있는 산업 구조가 아쉽기는 하지만, 최소한 아이들과 함께라면 한국어로 즐길 수 있는 DVD가 많다는 점은 분명하다.

토이 스토리 10주년 박스세트
영화사에 순수 3D 애니메이션의 등장을 알린 ‘토이 스토리’가 개봉한지 벌써 10년이 흘렀다. 기술은 이제 구식이 되었지만, 사람이 보지 않을 때는 장난감들이 스스로 움직인다는 동화적 상상력은 아직도 신선하다. 많은 3D 애니가 쏟아져 나왔지만 화려한 볼거리보다 알찬 내용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 작품. 디즈니에서는 개봉 10주년을 기념하여 1편과 2편을 함께 묶은 박스세트를 출시했다. 명성에 걸맞게 화질도 개선되었고 현존하는 최고의 사운드 디자이너 게리 리드스톰이 모든 음향을 6.1채널로 업그레이드했다. 부가 기능 중에는 오락실에서 500원 동전을 넣고 인형을 꺼내보는 일명 ‘갈고리’ 게임이 포함되어 있어 잠시나마 아이와 유쾌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폴라 익스프레스
개봉한지 무려 1년이 지나 DVD로 출시되었다. 출시 시기는 한참 늦었지만 크리스마스 시즌에 잘 팔릴 것이란 예상은 적중하여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우주 전쟁’을 누르고 판매량 1위를 기록 중이다.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더 이상 믿지 않는 한 소년이 북극행 특급열차를 타고 여행을 하며 다시 동심을 찾는다는 내용. 스토리는 특별하지 않지만 ‘퍼포먼스 캡쳐’라는 신기술을 이용하여 구현한 3D 그래픽은 특별하다. 배우의 몸에 센서를 부착해 모든 동작을 컴퓨터에 입력하고 다시 재현해 내는 게 이 기술의 핵심이다. 덕분에 주연을 맡은 톰 행크스는 1인 5역을 소화해 낼 수 있었다. 더빙도 훌륭하지만 영화 속에 한글도 자주 등장해 친근한 느낌을 준다. (박진홍 DVD프라임 대표 park@dvdprim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