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 임하룡, '다이아몬드 스텝'은 계속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어쩜 그렇게 아버지와 닮아가는지…." 제26회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을 수상, 영화배우로 거듭난 임하룡이 애끓는 사부곡을 털어놨다. "아버님이 딱 제 나이 무렵에 돌아가셨습니다. 제가 잘 된 모습은 미처 못 보시고, 말썽 피우며 고생하는 모습만 보시다가 가신 게 너무나 후회됩니다." 아직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수상소감을 이야기하던 임하룡은 어느새 세상을 떠난 아버지 이야기를 꺼내며 눈시울을 붉혔다. "제가 배고픈 연극배우 생활을 할 때 아버지가 눈을 감으셨죠. 살아 계실 때에는 눈물이 많으신 아버지가 너무 못마땅했는데, 저 역시 나이가 들수록 눈물이 많아지더군요."　그래서인지 영화 속에서 평범한 집안의 가장이나 소시민 역할을 많이 맡았던 임하룡은 앞으로도 '아버지'의 모습을 제대로 연기하고 싶은 게 소망이란다. "우연하게 들어선 코미디언의 길" 유행어 제조기 … 절정의 인기 장진 감독 만나 '인생 전환기' '웰컴투 동막골'로 제2전성기 활짝 아직 일반 팬들의 기억 속에서는 '영화배우' 임하룡이라는 수식어가 익숙지 않을 수도 있지만, 사실 임하룡에게 정극 연기는 고향으로의 회귀와도 같다. 임하룡은 원래 극단 '가교'의 연극배우 출신. 갑자기 가세가 기우는 바람에 밤무대 MC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는데 '너무 웃기는 바람에' 지난 81년 KBS에 코미디언으로 특채됐던 것. 우연찮게 들어선 코미디언의 길에서 임하룡은 수많은 유행어를 남기며 86년 백상예술대상 코미디 부문, 91년 KBS 코미디 대상을 수상하는 등 절정의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연기에 대한 열정은 어쩔 수 없었던 모양이다. 연극 제작을 하고 싶어 자문을 구하러 장진 감독을 만났던 게 인생의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됐다. "제작은 너무 어려운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장 감독한테 '앞으로 내가 연기할 만한 자리 있으면 연락 좀 달라'고 했는데 그 계기로 '묻지마 패밀리'에 출연하게 됐죠. 박광현 감독도 그때 만나 '웰컴 투 동막골'까지 인연이 이어지고 있구요." 단역부터 시작한 지 거의 5년 만에 상을 탔지만 그간의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터. 그러나 임하룡 자신은 정작 느긋했다고. "영화를 시작할 때 이미 '10개년 계획'을 세우고 서두르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딱 절반 만에 조연상을 탔으니 큰 성공이죠. 이대로 열심히 하면 환갑 즈음에는 나름대로 성숙한 연기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요." 남들이 늦은 나이라고 할 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좇아 과감히 도전을 결심했던 임하룡은 '젊은 오빠'의 모습 그대로였다. (스포츠조선 김천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