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LG배 세계기왕전] 중국 VS 중국

〈제1보〉(1~12)=중국 기사들끼리 4강행 티켓을 놓고 격돌한 한 판. 박영훈을 따돌리고 올라온 추쥔(23·邱峻)과, 거함 이창호를 침몰시킨 천야오예(16·陳耀燁)가 마주 앉았다. ‘강한 자가 이기는 게 아니라 이기는 자가 강하다’는 학설(?)에 따른다면 쌍방 무시할 수 없는 하드 펀처들 간의 대좌다. 나이나 관록보다는 실력이 우선하는 시대적 흐름이 바둑계에도 상륙했다고나 해야 할지….
최연소 참가자인 천야오예의 흑번. 호흡을 한 번 가다듬더니 손을 쭉 뻗어 우상귀 소목을 차지한다. 백은 우하귀 화점. 여기서부터 피차 엄청난 초반 장고(長考)가 교환된다. 4까지 빈 귀를 채우는데 6분여가 흐르더니, 6에서 9분이나 썼다. 6은 과거엔 양 굳힘을 방해하는 것이 법수(法手)처럼 돼 있었지만 다케미야(武宮正樹)의 우주류 발표 이후 변과 중앙을 보는 눈이 크게 달라졌다.
흑도 양굳힘을 마다하고 7. 뒤이은 8이 또한 젊은이답게 신선한 ‘파격’이다. “귀로 들어오라”는 손짓에 지체 없이 9로 뛰어든다. 백 12는 참고도 1로 느는 것이 보통. 여기까지 단 열 두 수에 무려 50분 가까운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갔다. 흑의 다음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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