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인터뷰] 장진영, "조미료 안한 정직한 작품 좋아해"

꿈과 열정으로 3년여를 버텼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류 비행사 박경원의 일생을 담은 영화 '청연'(감독 윤종찬, 제작 코리아픽쳐스)의 장진영. 여자배우로는 최초로 제작비 100억여원이 들어간 블록버스터의 주인공을 맡아, 2003년 영화 '싱글즈' 이후 오랜만에 관객들과 만난다. 지상의 모든 시련을 박차고 하늘로 솟아오른 박경원처럼, 장진영에게 지난 시간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하루 10시간씩 360도 회전하는 복엽기와 한몸이 되어 구토와 오열에 시달렸다. 또 비행복이 찢어질 만큼 거센 폭우에 목숨을 걸고 촬영을 감행하기도 했다. 이렇게 카메라 앞에선 현장 스태프들이 다 혀를 내두를 정도로 독한 배우지만, 일상에선 천상 여자다. 스웨터를 척척 짜낼 만큼 뜨개질에 능하고, 요리는 한-중-일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영국의 유명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의 TV 쇼를 즐겨보며 요리책은 아예 생필품 수준이다. 빼어난 패션감각을 뒷받침해주는 몸매를 자랑하지만 음식 앞에선 절대 망설임이 없다. 음식을 테마로, 그녀의 연기에 대한 열정과 삶의 원칙을 들어보자. ▶ 기본에 충실. 각종 찌개류는 자신있는 아이템. 특히 김치찌개에 능하다. 일단 어머니가 직접 담가주시는 김치 맛이 끝내주기 때문에 이미 평균 이상의 성공은 보장된 셈이란다. 여기에 멸치나 다시마를 이용해 국물 맛을 제대로 만들어내면 된다는 설명. 조미료는 가급적 사용하지 않고 신선한 재료 맛을 충분히 살리는데 주안점을 둔다. 그가 시나리오를 고르는 기준도 똑같다. '정직한 재미'를 최우선으로 한다. 향신료 잔뜩 들어간 것 같은 시나리오는 질색. '청연'도 그런 점에서 반했다. "물론 끝이 안보이는 듯한 아득함을 느낄 때도 있었다. 그러나 '소름'을 같이 한 윤종찬 감독에 대한 믿음으로 나를 지탱했다"는 그녀는 총 130신중 115신을 소화해냈다. "1년여동안 스태프하고 똑같은 일정으로 움직였으니 거의 쉬는 날이 없었던 셈이다. 이젠 시나리오를 받으면 내 신이 몇 개나 되나 세어보는 버릇이 생겼다"며 활짝 웃었다.

▶ 해피해피 타임. 즐기면서 먹는 스타일. 보신탕과 천엽 외엔 못먹는 게 없다. CF 촬영장에 간식차가 뜨기만 하면 바로 달려간다. 다이어트의 적이라 할 수 있는 쿠키도 멀리하지 않는다. 중국 일본 미국 등지를 돌며 진행된 '청연'. 다들 그 고생을 어떻게 견디냐고 걱정했지만 촬영장에선 웃음꽃이 떠나질 않았다. 두달여의 중국 로케이션 기간 동안 근처 꼬치구이집에선 매일 맥주 파티가 벌어졌다. 또 용수산이란 한국 음식점에서 삼겹살에 소주 한잔을 기울이기도 했다. "워낙 현지 물가가 싸니까 스태프들이 자주 모이게 되더라구요. 분위기가 끝내줬죠." 특히 중국에선 부엌이 달려있는 호텔에서 지낸 덕분에 요리 실력을 아낌없이 발휘할 수 있었다. 도마, 칼 등 조리도구를 장만했고, 촬영이 일찍 끝나는 날이면 숙소 근처 시장에 가서 직접 장을 봤다. 김치 칼국수는 인기 아이템. 돼지고기 볶음도 그녀의 대표 메뉴였다. "스타일리스트 등 다섯명의 친구들이 해외 로케이션 내내 같이 이동했어요. 촬영이 없는 날엔 백두산 여행도 다녀오고, 인근 500원짜리 헬스클럽에서 운동도 하는 등 즐겁게 지내려고 노력했죠." ▶ 가시밭길이더라도 정공법. 라면 하나를 끓여도 예쁜 그릇에 담아서 먹는다. 대강대강 넘어가는 법이 없다. 명절 때 혼자 있어도 갈비찜을 해먹는다. 그런 그녀의 완벽주의가 윤종찬 감독과는 찰떡궁합인 셈. "감독님은 좀처럼 타협하는 일이 없다. 철저하게 원하는 걸 배우들에게서 끌어내신다. 신뢰 못하는 감독이었으면 믿고 따라가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한 장진영은 불가능에 가까운 신들을 모두 대역없이 찍었다. 32분 분량의 비행신을 한달여에 걸쳐 촬영했으며, 충무로에서 절대 불가능하다고 만류했던 랠리 비행 장면도 소화해냈다. 예고편을 보고 가슴 벅찬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는 장진영. 도전 앞에 아름다운 그녀는 진정 하늘 위로 날아오를 수 있는 열정을 가진 멋진 배우다. (스포츠조선 전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