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햅스 러브' 지진희, "대타 출연 어때서요? 인연인걸..."

내정됐던 유덕화 대신 출연… 중국어 부담 고사했다 번복 #1 운명의 배역 홍콩 영화 '퍼햅스 러브'에 출연한 지진희는 꽤 소탈한 배우다. 다른 배우들 같으면 자존심 때문에 자신이 누구 대타로 발탁됐다는 뉘앙스조차 흘리지 않지만, 기자회견에서 "나는 유덕화 대신 출연하게 됐다"면서 "그런 시선 때문에 부담스러워 한다면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겠느냐"고 껄껄 웃어버리는 털털함을 보였다. 지진희가 '퍼햅스 러브'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기까지는 몇 번의 우여곡절이 있었다. '퍼햅스 러브'는 야망을 위해 가난한 연인 지엔을 버리고 중국의 톱배우로 발돋움한 손나(조우준)와 자신 역시 홍콩의 톱스타가 됐음에도 연인에 대한 그리움과 애증을 10년간 키워온 지엔(금성무), 현재 손나의 후원자이자 애인인 영화감독 니웬(장학우) 등 세 사람이 함께 뮤지컬 영화를 촬영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랑과 질투의 격랑을 액자 형식으로 절묘하게 풀어냈다. '첨밀밀'의 진가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올해 베니스 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상영될 만큼 작품성도 인정받고 있다. 지진희는 여기서 세 사람의 과거와 현재의 아픔, 상처를 치유해주는 천사 몬티 역을 맡고 있다. 당초 몬티 역에는 유덕화가 내정돼 있었지만, 계약 문제 등으로 인해 출연이 불발됐다. 고민을 거듭하던 진 감독은 홍콩에서 드라마 '대장금'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지진희를 우연히 만났고, 평소 친분이 두텁던 봄영화사 오정완 대표를 통해 러브콜을 보냈다. "'아, 이게 인연이구나' 싶었어요. 진 감독 작품이라면 시나리오를 검토할 필요도 없이 OK할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작품에서 중국어로 대사와 노래를 소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자신이 없어 거절했어요. '인연은 인연인데, 악연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웃음)."

장학우 등 동료배우들 큰 힘…
홍콩 영화 시스템 체험 흐뭇 #2 언어의 장벽? 그러나 지진희는 진 감독 측이 중국어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해준다고 해서 결국 출연을 승낙했는데, 현장에 가보니 변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막막하더군요. 일주일 뒤면 촬영이 시작되는데 준비해온 건 아무것도 없고…. 동료배우인 장학우 등의 도움이 없었으면 아마 이 영화를 완성시키지 못했을 겁니다." 그래서 지진희는 "한국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볼 것이 가장 두렵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지만, 국적이 다른 배우들과의 협연과 홍콩영화 시스템 체험 등 소중한 시간을 보낸 것에 대해 흐뭇함을 감추지 않았다. "언어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비록 말은 잘 안 통해도 매일 같이 밥 먹고 술 마시며 장학우 등과 친해진 것도 큰 소득이구요. 누구나 의견을 개진하고 토론하며 제작하는 홍콩 영화의 제작 시스템은 무척 부러웠습니다." '퍼햅스 러브'의 아시아 프로모션 투어에 동참하고 있는 지진희는 지난달 30일 중국을 시작으로 싱가포르, 홍콩, 대만, 말레이시아 등 각국을 돌며 '대장금'으로 구축한 인기를 더욱 탄탄하게 다질 전망이다. '퍼햅스 러브'의 국내 개봉은 내년 1월 5일 예정. (스포츠조선 홍콩=신남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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