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현장을 가다] '울어도 좋습니까?'

절로 발을 동동 구르게 만드는 강추위가 몰아친 어느 오후. 교실에선 느닷없이(?) 반소매 차림을 한 두 남녀 여고생이 전통악기 소금을 들고 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이곳은 멜로 영화 '울어도 좋습니까?'(감독 최창환, 제작 튜브픽처스)의 촬영이 진행되고 있는 전북 김제 덕암정보고의 한 교실. 보이시한 외모의 영남(윤진서)이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이별하게 되는 남자친구 재희(김동윤)와 처음 친해지게 되는 장면을 연기하고 있었다. 영남과 가까워질 타이밍을 노리고 있던 재희가 영화 이야기를 빌미로 그녀 곁으로 다가와 의미심장한 대사를 던진다. "너는 영화 얘기를 할 때면 눈이 반짝반짝 해지는구나." 콩닥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하던 영남은 애써 소금 부는 것에 집중하는 척하지만, 헛바람 빠지는 소리만이 교실 안을 맴돌았다. 최 감독이 "컷" 소리를 외치자, 거의 동시에 윤진서로부터 "어우, 넘 느끼해~"라는 감탄사가 터져 나와 촬영장은 한바탕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윤진서의 느낌대로 고교생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닭살스런' 대사들이 오고 가지만, 최 감독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여고생의 성장 과정을 수채화 풍으로 담는 영화인만큼, 요즘 고교생들이 더 많이 사용하는 비속어나 또래의 언어 대신 서정적인 대사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영화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스포츠조선 김제[전북]=신남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