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랑해도 되나요?' 차갑던 그녀에게 따뜻한 사랑이…

그래도 크리스마스니까. 조금은 허황되고, 조금은 무례하고, 조금은 비현실적이더라도, ‘크리스마스’라는 판타지는 대부분의 관객을 무장해제시킨다. ‘우리, 사랑해도 되나요’(The Family Stone·15일 개봉)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영리한 로맨틱 코미디다.
3남 2녀를 둔 집안의 어머니 시빌(다이앤 키튼)은 크리스마스를 맞아 한껏 들떠 있다. 큰 아들 에버렛(더모트 멀로니)이 여자친구 메리디스(사라 제시카 파커)를 데리고 인사를 오기로 한 것. 고향집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갈등은 시작된다. 뉴욕의 성공한 비지니스우먼인 메리디스는 “잠은 모텔서 자겠다”며 까탈을 부리고, 에버렛 집안의 부모형제들은 그런 메리디스가 영 못마땅하다. 메리디스의 여동생 줄리(클레어 데인즈)가 난처한 상황에 처한 언니를 응원하기 위해 불원천리 달려오고, 이제 ‘사랑의 화살표’는 복잡하게 엇갈리기 시작한다.
‘스크린 올스타전’을 연상시킬 만큼 멋진 배우들의 향연 이지만, 그 중에서도 어머니 다이앤 키튼과 며느리 후보 사라 제시카 파커의 연기는 발군이다. 완벽주의자로 포장됐지만 사실은 유리처럼 깨지기 쉬운 여인을 연기하는 사라 제시카 파커는 때로 ‘섹스 앤 더 시티’의 도도한 뉴요커 캐리와 겹쳐지지만, 정숙과 요염의 양 극단을 분방하게 가로지르며 이 장르 연기의 한 정점을 보여준다. 또 다이앤 키튼 역시 얽히고 설킨 갈등의 실타래들을 하나하나 풀어주는 어머니로서 더할 나위 없다.
로맨틱코미디의 장르적 관행을 따르고 있지만, 사실 ‘우리, 사랑해도 되나요’의 화술은 단순히 사랑만을 읊고 있진 않다. 완벽에 대한 강박으로 스스로를 갉아먹는 도시인의 삶, 공간을 막론하고 현대인의 무의식 속에 똬리 틀고 있는 동성애 차별, 또 어쩌면 세대를 불문하고 사로잡혀 있는 가족에 대한 허위의식이, 때로는 차갑고 때로는 따뜻한 목소리로 연주된다.
겨우 1박 2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3남 2녀가 제각각 커플을 이루고, 형제들간의 갈등도 해결된다는 설정이 좀 과장되어 있기는 하지만, 어떡하겠는가. 그래도 크리스마스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