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산책] 스피디한 긴장감이 살아있다 '스텔스'

스피디한 장면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은 화면의 크기와 서라운드 음향이라는 두 가지 요소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때문에 이러한 환경을 극대화한 아이맥스(IMAX) 영화관에서 카레이싱이나 놀이기구 열차와 같이 속도를 주제로 한 영상이 주로 상영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DVD는 가정에서 이런 환경을 추구하도록 만들어진 매체이므로, 스피드를 강조한 작품들은 이 시장에서 흔히 작품성을 넘어서는 환대를 받곤 한다. 스피드 자체가 주인공인 작품은 적지 않다. 영화 ‘스피드’를 비롯해 ‘식스티 세컨즈’, ‘드리븐’, ‘택시’ 등이 있지만 이중에서 ‘트리플 엑스’와 ‘분노의 질주(Fast and Furious)'는 단연 돋보인다. 공교롭게도 이 두 작품은 모두 롭 코헨이 감독했으며 전작만 봐도 누구나 감독의 성향을 쉽게 간파할 수 있다. 때문에 롭 코헨이 스노우보드나 스포츠카의 속도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스텔스‘를 차기작으로 선정했다는 사실은 전혀 놀랄만한 일이 아니었다. 관객들의 기대대로 ‘스텔스’는 최신 전투기가 하늘에 등장하면서 연상되는 짜릿하고 호쾌한 장면을 쉴 새 없이 보여준다. 더 빠른 스피드를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영화 전체에 걸쳐 특수 효과가 수 백군데 등장하지만 관객들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정교하다. 서라운드 스피커에서 터져나오는 폭발음과 바람 가르는 소리는 이 장르를 즐기는 사람에게 음악 소리처럼 들릴 것이다. 한 마디로 별 생각 없이 눈과 귀만을 위해서라면 충분히 훌륭한 작품. 하지만 인공지능이 최신 병기에 탑재되어 인간과 갈등한다는 설정이 다소 진부한데다가 노골적으로 ‘그들의’ 우월주의가 드러나 거부감도 느껴진다. 미국인 동료 하나를 구하기 위해 어떤 나라에 쳐들어가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그 대상은 다름 아닌 북한이다. 극장 개봉 당시에는 북한을 암시하는 모든 장면이 편집되었지만 이번에 출시된 DVD에는 원본 그대로 담겨있다. 보통 소니 픽쳐스는 음향이 강조된 영화의 경우 1차 발매 후, DTS 오디오를 담아 ‘수퍼 비트’ 버전으로 재출시하는데 이번에는 이 관례를 깨고 처음부터 DTS 트랙을 포함해 출시했다. 부가영상에 포함된 제작 과정 다큐멘터리가 흥미롭다. 대부분의 촬영이 배우와 그린(green) 스크린만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면, 할리우드 특수 촬영의 현주소에 놀라게 된다. (박진홍·DVD프라임 대표 park@dvdprim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