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LG배 세계기왕전]매복 작전

〈제5보〉(52~66)=천야오예는 2000년 만 10세 때 프로가 됐다. 입단 방식이 한국, 일본과는 많이 다르지만 어쨌든 이창호(11세 1개월) 조치훈(11세 9개월)보다 앞선 기록. 중국에선 메이저급 세계 대회를 제패할 경우 九단으로 승단시킨다. 이번 LG배 결과에 따라 역대 최연소 입신(入神)까지도 넘보고 있다는 얘기. 모처럼 등장한 ‘깜찍한 16세’(오늘이 마침 생일이다)라고나 할지.
52는 이론적으론 참고도 1, 3으로 약한 우측 백말을 보강하는 게 옳다. 그런 뒤 흑이 A로 삐져 나오면 B 이하 D까지 부호 순으로 타개하는 게 상식. 그럼에도 52로 지켜 53, 55를 허용한 것은 우상 쪽 백에 대한 공격을 유도한 느낌이 짙다. 일종의 매복작전인 셈이다. 56부터 패(覇)를 낸 것이 백이 비장해 두었던 카드. 60 때 흑도 ‘가’로 물러설 수는 없다. 염두에 둘 것은 흑의 입장에서 이 패는 2번의 여유가 있다는 점. 이것은 우상 쪽을 포기할 경우 흑은 다른 곳에서 3번을 둘 수 있다는 얘기다. 그걸 믿고 65로 밀었고, 백도 패를 키우기 위해 66에 먼저 붙였다. 풍운이 자못 험악해졌다. (64…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