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니아 연대기' 애니메이션같은 '판타스틱' 영상미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옷장'은 지난 8일과 9일 각각 영국과 미국에서 개봉되자마자 '해리포터와 불의 잔'의 아성을 깨고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한 화제작. 지난 50년 영국에서 발간된 이후 50여년 동안 9000만부 이상 판매된 동명 판타지 소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여러모로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비교됐다. 고전 판타지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는 점, 매년 한 편씩 제작되는 '시리즈' 형식이라는 점, 많은 볼거리를 제공해주는 초대형 블록버스터라는 점 등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반지의 제왕'에 비해서는 '2% 부족한 듯한' 아쉬움이 남는다. 적어도 성인 관객들에게는 말이다. 세계 2차 대전 중 영국. 런던에 살던 페번시 가의 4남매인 피터, 수잔, 에드먼드, 루시는 공습을 피해 디고리 키르케 교수의 시골별장으로 보내진다. 시골생활에 따분함을 느끼던 중 루시가 집 구석에 놓인 오래된 옷장 문을 열면서 4남매는 마법의 모험을 경험하게 된다. 그 옷장은 신비로운 나라 나니아 왕국으로 통하는 마법의 통로였기 때문. 영화는 하얀 마녀 제이디스의 저주를 깨기 위해 위대한 사자 아슬란과 함께 4남매가 벌이는 모험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내고 있다. 디즈니사가 제작하고, '슈렉' 시리즈의 앤드류 아담슨 감독이 연출을 맡은 데서 알 수 있듯 이 영화는 마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 깔끔한 색조를 바탕으로 한 영상미를 구현해 냈다. 광활한 설원과 초원을 배경으로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충분히 '판타스틱' 하다. 각종 신화와 민담 등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탄생한 캐릭터들의 정교함이나 가짓수에 있어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반지의 제왕'에서 시각효과와 특수 분장을 맡았던 뉴질랜드 웨타 워크숍은 '나니아 연대기'에서 미노타우르스, 켄타우로스, 고블린 등 무려 60여종의 생명체들을 만들어 냈다. 이는 '반지의 제왕'보다 6배나 많은 숫자로 클라이맥스인 전투신에서는 약 2만여종에 이르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위대한 사자 아슬란의 카리스마를 120% 살려주는 리암 니슨의 목소리 연기도 일품이다. 그런데도 뭔가 아쉽다. 권선징악과 가족애 등 '교훈'을 의식적으로 일깨워주려고 애쓴 모습이 역력해 성인 관객들이라면 허전함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린이가 있는 가정이라면 온 식구 모두가 손잡고 보러 갈 만한 영화다. 영화에서 다소 아쉬웠던 부분은 행복감에 젖어 있는 자녀의 모습을 보는 것으로 충분히 만회가 가능할 것이다. 29일 개봉 예정. (스포츠조선 김천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