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LG배 세계기왕전] 고등 數學

〈제6보〉(67~77)=추쥔의 별명은 ‘마왕’. 물론 ‘마왕(魔王)’을 뜻하지만 ‘마왕(磨王)’의 의미도 담겨있다고 한다. 얼마나 성실한 노력파면 두 번째 의미의 별명이 추가됐겠는가. 심지어 잠잘 때를 뺀 나머지 시간 전부를 바둑 공부에 쏟아 붙는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다. “노력과 재주는 모두 중요하다. 내겐 천부적 재질이 없으니 항상 노력할 수밖에 없다.” 이 23세 중국 청년의 어록(語錄)에 나오는 말이다.
우변의 본격 패싸움에 앞서 보통 수읽기와는 또 다른 고도의 계산과 흥정이 판 전체를 수놓기 시작한다. 68 끊음은 팻감 공작. 이 수로는 참고도처럼 우선 안정을 취한 뒤 A의 패는 패대로 노리는 것도 유력했다. 69가 재미있는 수. 72에 먼저 단수쳐야 옳을 듯한데 그것은 2개의 팻감이 더 나온다. 69를 기다려 마침내 70의 천지 대패를 결행하고 나섰다.
73도 음미할 만하다. 상대가 쉽게 돌을 못 버리게 크게 받은 것. 난해하기 이를 데 없는 고등 수학(?)은 77에 이르러 절정에 달한다. 도대체 ‘가’에 두어 백 2점을 끊어 잡을 수 있는 곳을 웬 77일까. 다음 보에서 이유를 알아보자.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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