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밀착취재] 이미연, 그녀의 이름은 '프로'

강산이 변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다. 88년 '사랑이 꽃피는 나무'로 본격 연예계에 데뷔했으니, 10년여 세월을 정상의 위치에서 지켜왔다. 그동안 무수히 많은 시사회와 무대인사 등 공식 행사를 치러냈을 터. 그런데도 "떨린다"고 했다. 지난 14일 개봉된 영화 '태풍'(감독 곽경택, 제작 진인사필름)으로 극장가에 인기 태풍을 몰아치고 있는 이미연. 극중 한반도를 위기를 몰아넣으려는 해적 씬(장동건)의 누나 명주로 맡아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씬이 한을 품게 만든, 사건의 시작과 끝을 만드는 인물이다. 개봉 직전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그녀의 일거수 일투족을 따라붙었다. ▲완벽한 프로정신. 이미연과 인터뷰 약속이 잡히면 항상 긴장하게 된다. 아무리 늦어도 5분 전에 약속 장소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30분 지각이 기본인 다른 배우들과는 180도 다른 모습. 측근들은 "공적인 행사 시간은 물론 사적인 약속까지도 정확하게 지킨다. 사람과의 만남에서 항상 최선을 다하는 스타일"이라고 평. 이날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미연은 제일 먼저 행사장에 도착했다. "새벽에 눈이 떠지더라. 시사회를 아침에 하면 얼마나 좋을까. 오후까지 어떻게 기다리나 싶더라"고 심정을 토로한 이미연은 "최종 편집본이 담긴 비디오 테이프를 감독님이 주셔서 집에서 며칠전에 봤다. 그런데도 관객 반응이 어떻게 나올지 떨리기만 하다. 영화는 하면 할 수록 더 어려운 것"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완벽한 환상호흡.

이미연에 이어 행사장에 도착한 배우는 이정재. 크랭크 업 뒤에 오랜만에 자리를 함께 하는 이들은 먼저 반갑게 인사를 했다. 뒤이어 장동건이 시사회 직전 허겁지겁 달려왔다. CF 촬영때문에 이탈리아를 방문했던 장동건은 공항에서 바로 행사장으로 직행한 것이었다. 셋이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 사이, 곽경택 감독이 합류를 했다. "최고의 배우, 감독과 함께 작품을 해본다는 것만으로도 '태풍'은 배우로서 즐거운 경험"이라고 밝힌 이미연은 "촬영이 결코 쉽지 않았지만 현장 편집본을 보면서 힘을 얻었다. 특히 홍경표 촬영감독의 집중력과 열정에 반했다"고 말했다. ▲완벽한 연기 열정.

러시아 촬영때 에피소드 하나. 분장을 지우지 않은 상태에서 호텔 엘리베이터를 탄 적이 있는데, 같이 탄 사람이 이미연의 얼굴을 보니 기겁을 하더라는 것. 무의식중에 살짝 미소를 지어보였더니, 급기야 겁에 질린 투숙객은 엘리베이터를 세우고 내려버렸단다. 결과는 당연히 대성공. 촬영 전 단식으로 체중을 감량한 그녀가 퀭한 눈으로 동생을 쳐다보는 순간부터 관객들은 그중 명주의 비극적인 상황에 몰입하는 분위기. 또한 이미연이 극중 동생인 장동건을 붙잡고 오열하는 장면에선 "역시 이미연"이란 감탄사와 함께 관객들의 흐느끼는 소리가 객석 여기저기에서 터져나왔다. 기자 시사회에 이어 같은 날 저녁엔 VIP 시사회가 진행됐다. 점심을 당연히 건너뛴 이미연은 오후 9시가 넘어서야 소속사 식구들과 함께 늦은 저녁을 할 수 있었다. "관객들의 박수 소리를 들으니 이제서야 살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스포츠조선 전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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