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산책] 극장에서 볼 수 없었던 ‘흑백 금자씨’

DVD 업계는 어떻게 하면 극장 상영본과 차별화하여 DVD를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클릭 몇 번이면 인터넷에서 영화 한편을 공짜로 다운로드할 수 있는 세상에서 뭐가 달라도 달라야 주목받기 때문이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처럼 패키지를 화려하게 만들거나, ‘미녀 삼총사 2’처럼 섹시한 장면을 5분 정도 추가하는 방법은 이제 구식이다. ‘반지의 제왕’은 DVD만을 위해 30분 이상의 장면을 추가해 영화 완성도 자체에 영향을 미쳤고, ‘씬 시티’ 미국판에는 5명의 주인공 별로 에피소드를 분리해 감상하는 기능이 제공된다.
박찬욱 감독의 전작인 ‘올드 보이’ 한정판 DVD는 거의 10만원에 달하는 높은 가격으로 인해 차별화된 전력이 있다. 그렇다면 “너나 잘 하세요”라는 유행어를 만든 ‘친절한 금자씨’는 어떤 카드를 들고 나왔을까? 이번에 출시된 화제작 ‘친절한 금자씨’ DVD는 두 장의 디스크로 구성되어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두 디스크 모두에 본편이 수록되어 있다는 점이다. 왜 똑 같은 영화를 두 장에 담았냐고? 한 장에는 극장에서 본 바와 같이 붉은 원색이 강렬하게 강조된 컬러 버전이 담겨있고 다른 한 장에는 소위 ‘블랙 & 화이트’ 버전이라 명명된 흑백 버전이 담겨있다.
두 번째 장에 담긴 버전에 대해 좀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블랙 & 화이트 버전도 도입부는 풍부한 컬러와 함께 시작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필름의 채도를 낮춰 점점 흑백에 가까워지며, 복수가 마무리되는 시점에는 완전 흑백으로 변한다. 박찬욱 감독은 이른바 복수 3부작이 완결되는 ‘친절한 금자씨’의 마지막 씬인 눈 내리는 장면에서 모든 죄가 깨끗하게 정화된다는 의미로 화면을 흑백으로 처리하려 했었다고 한다. DVD에는 감독이 당초 구상한 아이디어를 그대로 실현한 영상이 담겨 있는 셈.
부가 영상도 디스크 별로 나뉘어져 있다. 우선 컬러 버전에는 감독과 주연 배우인 이영애의 음성 해설이 담겨 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그녀는 생애 처음으로 음성 해설에 참여했는데 그녀의 잔잔한 목소리는 분명 팬들을 배려한 또 다른 선물이다. 흑백 버전에는 DTS 오디오와 함께 영화평론가 김영진의 음성 해설이 수록되어 있다.
(박진홍 DVD프라임 대표 park@dvdprim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