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의 정석' 머리부터 발끝까지 쿨~한 선수들의 ‘현대작업백서’

“작업은 기술이 아니라 과학”이라고 믿는 펀드매니저 한지원(손예진)은 타율 10할의 신화적인 ‘작업녀’. 타깃 자동차와 남자를 선정한 뒤 ①자신의 차로 살짝 받아주고 ②기대이상의 미모로 녹여준 뒤 ③ “어머, 어머, 제가 까~암~짝 놀래서 그만…”, 이라고 3단계로 애교를 떨어주면 녹지 않는 사내가 없다. 프리랜서 건축가 서민준(송일국) 역시 2대(代)째 내려오는 ‘작업남’의 전설. 여자의 왼손 약지를 얼핏 본 것 만으로도 “희미한 반지자국. 헤어진 지 2개월”이라는 진단이 딱 나오는 이 업계의 고수다. 100전 100승의 기록을 가진 업계의 남녀 대표선수 두 명이 드디어 링 위에 올랐다. 이제 남은 것은 초절정 고수의 진검 승부뿐. ‘작업의 정석’(21일 개봉)은 제목 그대로 노골적이다. “12월에는 즐겨라”는 홍보 문구처럼, 영화의 관심은 의미를 배제한 쾌락에 있다. 선수들의 관심은 ‘사랑’이 아니라 ‘기술’에 있고, 그 기술은 극단적으로 기능적이다. 현대의 젊은이들이 한 번 쯤 꿈꿨을 법한 작업의 판타지는 스크린 위에서 ‘공격’과 ‘수비’로 나눠 현실화된다. ‘절대 내숭’ ‘구라’ ‘후까시’ ‘재력’으로 무장한 선수들은, ‘란제리 파티’ ‘노예팅’ ‘댄싱 퀸’ ‘락 바(Rock Bar)’등 현재의 트렌드를 종횡무진 소비하며 젊은 관객 유혹에 전력투구한다. 영화 속 표현처럼 ‘새끈한 작업녀’로 변신한 손예진은 원래 그녀의 캐릭터가 이쪽이었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맞춤하다. ‘새끈한’ 이라는 발음 모호한 은어를 ‘상큼한’으로 봐야 할지, 아니면 ‘섹시한’으로 봐야 할지 의견은 갈리지만, 그 어느 쪽이라도 기존의 ‘청순가련 손예진’ 보다는 ‘새끈한 손예진’이 더 어울리는 편이다. 부드러우면서도 귀여운 모습을 보여준 송일국과 조연으로 등장한 노주현, 박준규, 박용우, 안선영, 현영의 캐릭터도 감칠맛을 더한다. 하지만 영화 속 에피소드들은 일회성으로 휘발하며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노예팅에서 친구 엄마에게 1000만원에 팔려가는 송일국의 에피소드나, 파자마 입고 경비행기 조종석에 올라 폭우가 쏟아지는 제주도에 도착하는 노주현의 사례가 대표적. 그 순간 웃음을 유발하는 건 분명하지만, 맥락없는 오버액션이라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각본은 ‘프란체스카’의 대본을 쓴 신정구. ‘선물’을 연출한 오기환 감독의 두번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