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LG배 세계기왕전] 드디어 역전

〈제11보〉(135~155)=유리한 자는 움츠러들고 불리한 쪽은 용감해진다. 그 과정에서 도저히 질 수 없을 것 같던 승부가 뒤집어지곤 한다. 한 판 바둑의 과정에서도 쌍방 중흥(中興)기와 쇠퇴(衰退)기가 교차한다는 사실은 새삼 흥미롭다.
135 문제수. 무조건 ‘가’로 뛰어야 했다. 우변 흑은 참고 1도 1 이하로 공격해와도 잡히지 않는다. 135는 ‘나’의 곳 단점을 노리며 능률적으로 우변 흑을 보강한다는 뜻이었지만, 살아있는 대마에 가일수(加一手)한 안일한 헛수가 됐다. 마침내 142에 손이 돌아와선 백의 눈부신 추격이 절정에 이르고 있다.
설상가상, 143이 또한 미스 블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면 당연히 참고 2도 1로 섰을 것이다. 10으로 밖을 봉쇄해 봐도 11 이하 17의 끊음 때 축이 성립하지 않아 이 흑은 무사하다. 150까지 틀어막게 돼선 마침내 역전. 알토란처럼 도톰해진 좌변 백과, 사실상 공배인 흑 135 한 점이 역전의 과정을 웅변해준다. 모를손, 미래의 일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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