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LG배 세계기왕전] 꼬임수

〈제12보〉(156~167)=바둑은 학문으로 대접 받을 정도로 정수(正手)의 대결장이지만, 덫을 놓고 상대를 유인하는 사술(詐術)이 유력한 전략이 될 때도 있다. 157에 앞서 ?로 먼저 단수친 수는 기민했다. 158로 ‘가’는 7집, 흑이 먼저 160에 젖혀 잇는 끝내기는 양(兩) 선수 4집. 160까지는 쌍방 정확한 응접이다.
163 164를 교환한 천야오예, 잠시 전국을 훑어보곤 165로 뻗는다. 이 수가 기막힌 꼬임수였다. 누구라도 166 한 방을 선수하고 갈 장면 아닌가. 추쥔은 “짜식! 이런 선수를 안 둬? 흐흐흐”하는 표정으로 즉각 166에 늘었다. 하지만 그것이 유혹에 걸려드는 첫발일 줄이야!
참고도를 보자. 백 166으로 단순하게 끝내기했을 경우의 예상도다(상변은 흑 팻감 부족으로 흑A~백D로 처리된다). 이 그림은 백이 1집 반 가량 이기므로 흑이 수순을 비틀어 본 것. 167로 뛰니 철벽 같던 중앙에 갑자기 ‘나’, ‘다’ 등의 약점이 보이기 시작한다. 초읽기에 시달리던 백은 여기서 홀리듯 패배의 길을 걷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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