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의 재발견] '싸움의 기술' 백윤식

"너 한번만 더 내몸에 손대면 그땐 피똥싼다."-'싸움의 기술'(2006년 1월 5일 개봉예정) 중. "일급기밀은 무슨 얼어죽을…"-'그 때 그 사람들"(2004년) 중. "너 함부로 폭력쓰지 말랬지? 무식하게 여자를 패?"-'범죄의 재구성'(2004년) 중. "너희들 같이 같은 종을 학대하고 그걸 즐기는 생물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어??"-'지구를 지켜라'(2003년) 중. 그가 말하면 뭔가 색다르다. 같은 말이라도 그의 입에서 나오면 무게가 다르다. 중저음과 갈라지는 고음을 오가는 특유의 발성이 대사의 감칠맛을 증폭시킨다. 짙은 쌍거풀과 초점이 퍼진 듯한 표정없는 얼굴도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미간의 주름살과 희끗희끗한 턱수염은 연륜을 입증한다. 영화배우 백윤식. 젊고 아름다운 배우들이 점령한 스크린에 그는 유달리 구별되는 존재다. 올해도 다 지나갔으니 내년이면 우리나이로 벌써 60세. 환갑의 나이에 자신만의 색깔로 존재감을 뿜어내는 배우로는 그가 유일해 보인다. 그동안 감초같은 조연은 많았다. 보통 중년의 연기자들은 코믹이나 멜로를 더욱 부각시키는 조력자의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백윤식은 중년 연기자의 한계를 넘어서며 아예 무대의 중앙으로 올라섰다. '지구를 지켜라'에서 맞고 찢기며 생고생을 하더니 '범죄의 재구성'과 '그 때 그 사람들'에서 젊은 톱스타들과 나란히 서고, 급기야 '싸움의 기술'에선 백윤식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카리스마 연기로 주인공 캐릭터의 새 장을 열었다. 도대체 나이가 믿기지 않는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 걸까? 철저히 '책'(그는 시나리오를 책이라고 부른다)에 근거한 작품 선택이 그가 말하는 첫번째 요인이다. '지구를 지켜라'에서 거의 온종일 고문을 당하는 '강사장'을 맡은 것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싸움의 기술'의 싸움 고수 '오판수'도 착착 감기는 대사를 보고 '필'(feel)이 왔다. 나이를 무색케하는 열정도 그의 장점이다. "배우는 실제 나이보다는 화면의 나이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 의미심장하다. 아직도 단단해보이는 몸매, 길고 깊은 웨이브의 헤어스타일, 그리고 노란색 나비넥타이를 매는 센스. 튀면서도 조화로운 분위기는 그만이 자아낼 수 있는 이미지다. 음반 판매시장이 불황이라는 소리에 거두절미하고 '담백하라'는 뮤직비디오에 출연했던 것도 그의 연기관이 돋보이는 대목. 그는 젊은 가수들 뺨치는 립싱크 실력으로 화제를 낳았다. "인생 자체가 투쟁이라는 학자의 말이 생각난다"는 그. 할리우드의 명배우 숀 코너리나 로버트 드 니로 처럼 나이를 먹을 수록 더욱 연륜의 빛을 발하는 배우가 생각하는 건 왜일까? (스포츠조선 김인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