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LG배 세계기왕전] 흑 大勝

〈제14보〉(187~217)=백 ?가 지난보 마지막 수. 흑은 187을 선수하더니 189로 중앙 백 2점까지 개운하게 따 버린다. 크기로만 보자면 190이 더 크지만 두텁게 판을 정리한 것. 백이 먼저 189에 두면 ‘가’를 강요한 뒤 ‘나’, ‘다’ 등의 맛을 활용, 하변 대마가 패를 만드는 수단이 남는다. 백 두 점을 때려내 우변 흑 대마의 찝찝하던 뒷맛도 말끔히 사라졌다.
191로 192 자리에 이으면 어찌 되나? 참고도 백 2를 선수 후 4가 좋아 6의 치중이 성립한다. 귀가 통째로 날아가진 않겠지만 끝내기로 호되게 당할 것이다. 198까지 상변을 관통 당하면서 199로 귀를 지킨 것은 이 정도로 충분하다는 뜻. 아닌 게 아니라 막판의 경천동지할 대 활극(活劇)은 이제 막을 내렸고 흑의 승리도 확정됐다.
이후는 아쉬움을 떨치지 못한 백이 마음을 추스르는 과정에 불과하다. 이곳 저곳을 건드려보던 추쥔, 217을 보더니 고개를 떨구며 패배를 선언한다. 그렇게 벼르던 생애 첫 ‘세계 4강’의 꿈이 날아가는 순간이다. 계가를 한다면 반면(盤面)으로 약 25집 가량의 차이. 뜻밖의 대차(大差)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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