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산책] 마음이 시릴땐 따뜻한 멜로 영화

한 겨울 집안에 홀로 앉아 멜로 영화 한편을 훌쩍거리며 보는 재미는 찬바람 속에서 뜨거운 호빵을 먹는 재미에 비길만하다. 둘 다 즐겨야 할 계절이 따로 정해져 있는 건 아니지만 이들이 가진 속성은 한 겨울에 더욱 빛을 발한다.
>> 너는 내 운명
에이즈에 걸린 아내를 끝까지 사랑하겠다는 한 남자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신파극이지만 신파라는 용어가 비꼼이 아닌 찬사로 당당하게 받아들여지는 영화.
어떤 계산도 필요 없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두 연인이 고집하는 미련한 사랑은 안타깝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해 눈물이 절로 흐른다. 이런 순수한 사랑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기에는 관객들이 너무 영악하지만 황정민과 전도연이라는 훌륭한 배우가 설득력 있게 소화해 냈다.
DVD에서 선보이는 부가 영상들은 영화와 마찬가지로 투박하고 진솔하다. 메이킹 다큐멘터리에서는 배우 황정민의 인간미에 대한 주위 사람들의 높은 평가를 엿볼 수 있다. 연말 시상식에 멋진 수상 소감을 밝힐 수 있는 기회가 그에게 주어진 것은 이런 성실함의 결과였다. 실제 주인공들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도 담고 있을까? 여기에 대한 내용은 전혀 제공하고 있지 않다. 진실을 모르는 편이 이 영화를 오래 간직하는데 오히려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 외출
욘사마 열풍을 타고 ‘외출’은 작년 한 해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일본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 영화로 기록되고 있다. 서로의 배우자가 불륜 관계라는 사실을 알게 된 남녀가 어느덧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이 식상해서인지, ‘배용준, 손예진의 격정적인 베드신’란 홍보 카피가 과장이라는 느낌이 강해서인지 국내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하지만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을 연출한 허진호 감독 스타일에 지금까지 만족했다면 이 잔잔한 멜로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복수와 연민, 호기심이 뒤섞인 복잡한 두 사람의 사랑은 조용하면서 동시에 격정적이고, 평범했던 강원도의 겨울은 눈치 채기조차 힘든 섬세한 감정의 울림으로 메워진다.
DVD는 한국 시장을 넘어 일본까지 염두에 둔 느낌이 강하다. 전체적으로 콘트라스트를 줄이고 채도를 약간 낮춘 영상을 담고 있는데 영화 분위기와도 잘 맞지만 일본인들이 선호하는 색감이기도 하다. 부가영상은 국내에서는 보기 드물게 와이드 스크린으로 제작되었으며 손예진 팬보다는 배용준 팬들이 좋아할 부분이 많다. (박진홍·DVD 프라임 대표 park@dvdprim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