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그녀라면' 자매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세상에 둘도 없는 앙숙처럼 앵앵거리다가도 뒤돌아서면 무슨 일 있었냐는 듯 최고의 쇼핑 파트너로 팔짱 끼는 사이. 자매는 피가 용인하는 변덕스러움의 극치와 끈끈한 애증의 극단을 보여주는 가족 관계다.
‘당신이 그녀라면’(1월 12일 개봉)은 외모도, 생각도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자매가 서로의 가슴에 난도질해댄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담은 로맨틱 코미디다. 잘 나가는 변호사인 언니 로즈(토니 콜레트)와 내세울 것이라곤 반반한 얼굴밖에 없는 동생 매기(카메론 디아즈)는 서로의 유전인자를 도저히 이해하지 못한다. 아찔하게 걸리는 ‘T 팬티’만 고수하며 섹시함을 무기 삼는 매기에게 큼직한 ‘면 빤스’파인 로즈는 숙맥 같고, 유능한 엘리트 로즈에게 난독증(亂讀症)으로 버벅대는 매기는 구제 불능일 뿐이다.
티격태격하던 둘은 매기가 언니의 남자 친구와 ‘일’을 저지르면서 건널 수 없는 다리를 건너고 만다. 이 사건으로 매기는 언니 집에서 쫓겨나고, 우연히 죽은 줄로만 알았던 외할머니(셜리 매클레인)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영화는 갑자기 휴먼 드라마로 둔갑한다.
눈 여겨볼 요소는 ‘구두’. 원제 ‘In her shoes’에서 눈치챌 수 있듯 구두는 주인공의 심리와 갈등, 욕망을 대변해주는 중요한 모티프로 등장한다. 주인공의 심리 상태에 따라 요염한 샌들, 매끈한 에나멜 하이힐, 나풀거리는 깃털 부츠, 허름한 스니커즈로 시시각각 변하는 신발에 주목하시라.
‘언니의 남자를 빼앗는다’는 황당한 설정이 내내 걸리지만, 외할머니의 등장을 통한 가족애의 재발견은 그리 억지스럽지 않게 다가온다. 그럼에도 ‘모범생 언니, 날라리 여동생’이라는 진부한 설정의 반복에 대한 아쉬움은 결코 희석되지 않는다.